-헌것이 있어야 새것이 있다-
분가할 생각이 첨 부터 없었던 나는 살림살이를 별로 준비 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님 손 끝에서 질이 반들 반들 난 낡은 그릇들을 더 열심히 닦고 닦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싱크대 제일 위쪽, 장식장 제일 윗칸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상자속의 예쁜 그릇들과 비닐 봉지에 꼭매여져 있는 플라스틱 통들은 왜 이자리에 있기만 하는 걸까?
수세미 자욱에 금이 갈대로 간 김치통과 반찬통,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옛날 접시들...
나는 기특한(?) 마음에 큰 쓰레기 봉투에죄다 낡은 그릇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산뜻한 새 그릇을 쫘악 펼쳐놓고 정리하고 나니 내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였다.
난 그날 이후로 그렇게 화가 나신 작은 어머님의 모습은 본적이 없다.
어머님께선 "친정에서 얼마나 좋은 그릇을 쓰고 살았냐" 시며 내가 버려놓은 그릇들을 죄다 부셔 버리는 것이었다.
사기 접시 깨지는 소리에 동네 사람들은 모여 들었고 놀란 새색시는 눈물도 흘리지 못했다. 정말 무서웠다.
그후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헌것이 있어야 새것이 있다는 것이였다.
이일을 계기로 나는 시집살이의 "시"자 정도는 감이 오기 시작했다.
시집살이 14년차 인 지금도 나는 숟가락하나 뚫어진 소쿠리하나 버리지 못한다.
아까워서 라기 보다는 무서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