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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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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하늘(남편)옆에서~~~


BY hyny77 2001-01-14

"나는 왜 술을 마시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지.."
술잔을 요리 조리 기울이며 움직이는 액체를 바라보며 하늘이 혼잣말인지 나 보고 하는 소리인지 토해낸 말이다.

12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싸늘한 바람을 몰고 돌아온 하늘의 얼굴에는 언제나 처럼 근심이 서려 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잘 다녀왔냐는 인사말 대신에 건넨 말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더니 "술이나 한 잔 할까? "던지는 말에 속상함이 담겨 있다. 술상을 챙겨 놓고 다른때 같으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는 나였지만 오늘은 옆에 쪼그리고 앉아 본다.

늘상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하늘은 씻고 텔레비젼 쳐다 보다가 그냥 잠들어 버리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지새곤 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혼자 있던 나와 밖에서 세상과 싸우고 돌아온 하늘 사이에 오고 가는 말이란 그냥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자존심 상할까바 모른 척 하는 것이었고 하늘은 또 하늘대로 내가 속상할 까바 그냥 그렇게 하늘은 텔레비젼을 나는 컴퓨터를 친구삼아 밤을 보내곤 했었다.

"오늘은 혼자서 밤새도록 술마시며 돌아 다닐려고 했어.
음주 운전 안하는 거 알잖아. 택시 타고 올까...하다가 또 내일 아침 추운데 처량하게 택시 기다리기 싫어서 집에 가서 먹자 하고 왔어. " 소주 반병쯤 비웠을 때 나온 말이다. "자기가 그래도 받아 주고 들어 주고 하니까 맘이 편하다. 자기 한테 표시 안 내려고 엄청 참아 왔어.........."
속상한 얘기를 털어 놓으며 또한 배짱도 부리며 그렇게 많은 말들을 하는 하늘 옆에서 그저 " 응. 알았어. 그래."대답만 해 주고 있었다. 하늘은 말빨이 센 편에 속한다. 속된말로 넘겨 집는다고 한다. 통밥잰다고 한다. 하늘과 한 참 얘기 하다 보면 맞는 말도 아니다 싶게 되어 버리고 분명히 이건 아닌데 하던것도 맞는 걸로 되어 버리곤 한다.
"걱정마. 남자인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자기는 내 옷이나 잘 챙겨주고 아침에나 일찍 일어나 출근만 하게 해줘." 아무 걱정하지 말란다.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수 많은 말들. 마음속에 꾹꾹 참아 오던 말을 소수가 들어가서 밀어 내는 양 쏟아 내 놓는다.

술을 한 병이나 다 마신 탓인지 숨소리가 좀 거칠다.
깊은 잠에 빠진 듯 하다. 그래 잠 자는 시간만이라도 아무 걱정 말고 편하게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술에 많이 의지하는 하늘을 알고 있다. 담배에 많이 의지 하는 하늘을 알고 있다. 어제도 속상한 일이 있어서 혼자 소주 두 병을 마시고 그 술 깰때까지 추운대 있다가 차를 끌고 들어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나 보고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한다. 속상한 얘기 털어 놓은 것은 쓰고 싶지 조차 않다.............
그러면서 이 말한마디.................
"집까지 와서 현관문 아무리 두들겨도 문 열어 주지 말고.
전화로 독촉하면 나한테로 다 넘겨...모른다고 해.....
그리고 여기서 시달릴 것 같으면 애덜집이나 친정이나 어디 다른데로 가 있으면 돼. 아무 걱정하지 말아..." "알았어...." 무엇을 알았다는 것인지 모를 대답을 하고 ....

밤이 깊어 두시 반을 넘어 서고 있다. 오늘 새벽에 5시가 넘어 잠들 수 있었던 나는 아침에 하늘을 출근시키고 하루 종일 잠자다 싶이 했다. 이러면 안 되지.....하는 생각으로 하늘 오면 같이 일찍 자야지 맹세하고 다짐 햇는데..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이러고 있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야 겟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고..좀더 보람있는 하루를 보내야 겠다. 그러기 위해서 잠을 청해야 겟다.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언제쯤 이 방황이 끝나게 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