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내 그 시절그리워2탄
종이 인형시절 ...그러닌까 내가초등학교 시절이다
우리 동네에는 꼬마들의 묵시의 여자 보스가 있었다
내가 동내 골목대장이다 하고 말은 안해도 나보다 두살이 많은데
그 위 선배들까지 그 애를 애워싸면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고
은근히 아부까지 하는 아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고양이 상이고 눈이 아주 초롱하니생긴
아주 야물고 똑똑한 언니였다
그러나 그 당시 우리에게는 남에게 언니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한명도
없이 그냥 강희환....이라고만 불러대였다
나는 그저 쫄따구라 특별히 미움받을짓만 안하면 그런대로 생명을부지하고
살던때였다
우리동네에는 때때로 누구누구 집에 모여서 그 왕초를 위시해서
학예회같은것이 벌어졌다
언제 할것인가를정하고 우리는 학교가 끝나면 부지런히 지정된집에 모여
그 당시 머리에 달고 다니던 리본을 만드는빨간 보자기를 머리에뒤집어
쓰고 공주도 되고 왕비도 되어 연극을 했다
내 안에 끼가 다분한데도 왕초는 먹을것을 갖다바치는 애들을 주인공으로시켰다
날마다 먹을것 갖다 바친 영순이는 내가 보기에 한참이나 아닌데도 불구하고 늘 턱밑에서 살살거려 공주역을 준다
어린아이들 세계에도 나름대로 아부가 있었고 주인공도 있고 구경꾼들도
있었다
장소를 제공한 남동이네 엄마 한복치마는 여지없이 공주가 뒤집어쓰는
면사포가 되었다
얼굴에는 어디서 난건지 루즈를 빨간것을 갖다가 그려대고
발표하는 날은 은박지 금박지 종이까지등장해서..
어지간한 작은 교회크리스마스 행사보다는 나은 행사가 벌어진다
나는 가수가 되어 이미자 흉을 내고 황혼의 부르스를 불러대면 어른들은
모두 잘한다고 난리가난다
그시절은 내가 커서 이미자 처럼 가수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한적도 있었다
자존심 많은 나는아부는 절대 할수없었고 주인공이 못된 한이 있어 언젠가는 내가 연극을 아주 짜버려서 왕초가 되어 버려야지 하는야심도 있었다
아뭏든 시골구석의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리없는 끼들이 다분한 작은
행사는 시도때도없이 벌어졌다
나중에 그 왕초가 가정이 너무 가난해 서울로 이발소에 취직이 되어 갈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녀가 떠난후 모두 재미없어져버린것도 있지만 우리들이 커버려
중학교에 하나씩 들어가 다른 세계로 옮겨가면서 우리의 그 종이 인형의시절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