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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엔 옥황상제 수염도 뽑아다 준다더니


BY 마당 2003-07-18

어떤 경로로 만났든지간에 남녀가 연분홍빛 큐피드 화살을 쏘고 맞으면서 시작되는 환상곡,

무지몽매 하게도 남자는 그녀에게 옥황상제 수염도 뽑아다 주겠노라고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서슴치 않을 것이며,

여자는 그 참을 수 없는 추임새에 옥황상제 수염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의 나래를 무한 대 펼치며 그야말로 콰과과~ 광 결혼행진곡을 울려대는데,

 그토록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결혼행진곡을 울리고 보니 어머 이건 아니란말야 옥황상제 수염은커녕 바로 자기 코밑에 펼쳐진 수염조차 뽑아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결혼을 하자고 꼬드겼는지 그것이 우선 분해서 남자에게 분풀이를해대기 시작이다.

 푸시시한 머리와 허룩한 차림새를 하고서 입에 게거품을 물고 성토를 해대는데 그것이 듣기싫어 밖으로 쫓겨나온 남자 애꿎은 줄줄이 담배만 잡으면서

 "으휴, 무슨여자가 그렇게 포악하냐 내가 어찌 그런여잘 좋다고 쫓아다녔는고 이구 콩깍지가 씌었었어 분명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가 있어" 중얼대면서 결혼에 대한 회의가 물결쳐 들어오는거다.

그날부터 일 핑계대고 늦고 상가집 핑계삼아 외박이고 그런 남잘 향해 또 퍼붓는 여자의 미운감정 그러면서 권태기가 찾아오고 그러면서 아이가 생기면

체념반 관용반으로 접어드는거다

그리고 부지런히 지지고 볶으며 내집마련의 꿈을 향해 또 골라 골라를 외치는 싸구려 티샤쓰를 찾아 헤매면서 세월이 흘러간다. 어느정도 아이들도 크면 "이제 엄만 상관 안해도 돼요, 돈이나 주면 내가 다알아서 해결해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처지에 도달하게 되는거다.

젊을 때 그렇게 일찍 들어오라고 성화를 해대도 들은체도 않던 남편은 어쩐일인지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정확한 퇴근시간을 자랑하며 일찌감찌 들어와선

 쇼파에 길 게 누워 "나 잘했지"를 연발하는데 어머 그제서야 나름대로 뜻맞는 여인네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젊은시절 다 놓쳐 버린 억울한 것들에 대한 보상 심리를 누리려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어? 이러면서 남녀간의 역할이 바뀌는 것에대한 불만으로 또 싸우는거다. 중년여인들의 빈 가슴에 매스콤은 한술 더 떠서 앤이 없으면 바보라느니 무슨재미로 사느니 하면서 이미 낡아져 가고 있는 남편을 멀리하는데 일조하고 있는거다.

그렇게 한껏 누리지 못하고 살던 시절을 채근하듯 뻔질나게 쇼핑하고 뻔질나게 외출이 잦아드는거다. 그 여인네를 물끄러미 근심스런 맘으로 바라보면서 일찍 들어온 남편은 고즈넉히 쓰러져 잠이든다

외출에서 돌아온 여인, 남편의 쳐진 어깨가 안쓰러워 측은지심을 갖게되고 둘의 마음이 이탈되어 떠돌던 좀전의 위치에서 다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는거다.

 아마도 이것이 초년, 중년, 노년의 인생과정을 밟으면서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결혼모습일 것이다.

 가려운 등 뒤밀면서 임자 어쩌구 하는 노년의 길목으로 접어들 때 그때서야 왜 그렇게 애틋한 맘으로 잘해주지 못했을까 시행착오로 후회하는

우리들의 삶 인생은 연습이 없기에 늘 그렇게 생방송으로 진행되기에

 불쑥 튀어나온 말 한마디에도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둘러 평생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기도 하는 것인가보다.

 이제 우리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왔으니 매일 매일 미운감정보다 사랑감정을 연습하며 아름다운 황혼을 맞아야 할 듯싶다.

 맨처음의 가슴뛰던 사랑은 아닐지라도 은근한 곰탱이 사랑 그것들을 실현하며 살아가야 할 듯싶다. 어차피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은 우리들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