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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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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대답없는 사람한테..


BY 올리브 2003-07-18

하루에 한번 ..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하루에 세번..

아니 더 많이 솔직하게 말하면 늘..

 

그렇게 불러보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부르면 대답대신 캄캄한 어둠과 소리없는 정적과 무거운 절망 비슷한

아픔에서 헤매어야 한다는걸 잘 알면서 그렇게 불러보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어느곳에 있는지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내가

그곳에 갈수가 있는지 무턱대고 기다리는게 잘하는 짓인지 ...

알고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잊을만하면 목소릴 남겨주는 남자가

오늘처럼 비가 쏟아붓는 날엔 가물가물 또 맘속에 헤집어대고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알아서 잘 살아주고 있었고 나만큼의 걱정과 오해도

없이 잘 견디고 있었으면서도 어쩌다 가끔 불안해 했었던 내 섭섭함이

망가져 가는데는 잔인한 시간이 필요했다..

 

'' 너.. 나 왜 만나니? ''

 

'' 그거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단순한거 좋아하잖아요.. ''

 

첨으로 심각하게 물어보는 남자앞에서 잔뜩 긴장되고 주눅이 들었는데

난 해줄말을 준비못한 억울함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 나.. 이런거 좋거든요.. 어쩌다 길가다 생각나고 ...''

 

그때 날 서럽게 했던게 뭔지 목소리가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막

겁먹고 있는데 벌써 눈물이 뚝 떨어졌다.. 무심한 남잔 차문을 열고 밖에

나갔고 아마도 내가 가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고갤 떨구고 정신차리고 앞을 내다봤을때 늘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시 문

열고 들어와 앉으며 하는말

 

'' 그만 들어가.. 나 쉬고 싶어..''

 

늘 이랬다.. 내가 이러는 남자한테 적응 못하고 어리둥절 황당해할때

늘 이랬다.. 여잔 그때 알아버렸다..

이게 마지막 이구나..어떤 일이 있어도 다신 이곳에 오지 않겠구나..

근데 이건 너무 억울하다.. 이럴려고 오늘 만난건 아니잖아.. 헷갈리고

억울하고 어지럽고 눈물이 막 쏟아져 내리고..

 

'' 나 갈께요.. 첨인것 같아.. 무뚜뚝하긴 했어도 이렇게 나한테 쌀쌀맞은적은

없었는데.. 알았어요.. 나 갈께요... ''

 

'' 그래.''

 

아..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데 일부러 두손 꼭 주머니에 찔러놓고 걷는데

가슴이 싸한게 꽁꽁 묶여서 숨을 못 쉴것 같았다..

 

그리고 ..

그리고..

그리고..

마냥 기다리다 .. 또 .. 기다리다..

 

그렇게 한달이 갔고 두달이 갔고..

 

불러보기를 반복하다 멈칫하다가 또 한달이 갔고 ..

비슷한 몸짓만 봐도 깜짝 놀라던 습관에 익숙해질무렵 ...

 

너무도 딴 모습으로 다가온 한 남자땜에 잠깐 숨쉬는 고통이 사라졌었다..

 

비가 오늘처럼 쏟아져 붓는날엔 불러도 아직도 대답없는 무심한 남자가

생각나서 내가 부담스러웠고 그런 난 어디든 떠나야할 이유를 찾느라

급급해하고 있었다..

 

불러도 대답없다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불쑥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젠

모른척 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때문만은 아니지만 한번은 그 남자처럼 당당하게 웃어주고 싶은건

내가 많이 아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럴수가 있었다고..

 

몰랐던걸 알려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