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번 ..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하루에 세번..
아니 더 많이 솔직하게 말하면 늘..
그렇게 불러보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부르면 대답대신 캄캄한 어둠과 소리없는 정적과 무거운 절망 비슷한
아픔에서 헤매어야 한다는걸 잘 알면서 그렇게 불러보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어느곳에 있는지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내가
그곳에 갈수가 있는지 무턱대고 기다리는게 잘하는 짓인지 ...
알고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잊을만하면 목소릴 남겨주는 남자가
오늘처럼 비가 쏟아붓는 날엔 가물가물 또 맘속에 헤집어대고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알아서 잘 살아주고 있었고 나만큼의 걱정과 오해도
없이 잘 견디고 있었으면서도 어쩌다 가끔 불안해 했었던 내 섭섭함이
망가져 가는데는 잔인한 시간이 필요했다..
'' 너.. 나 왜 만나니? ''
'' 그거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단순한거 좋아하잖아요.. ''
첨으로 심각하게 물어보는 남자앞에서 잔뜩 긴장되고 주눅이 들었는데
난 해줄말을 준비못한 억울함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 나.. 이런거 좋거든요.. 어쩌다 길가다 생각나고 ...''
그때 날 서럽게 했던게 뭔지 목소리가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막
겁먹고 있는데 벌써 눈물이 뚝 떨어졌다.. 무심한 남잔 차문을 열고 밖에
나갔고 아마도 내가 가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고갤 떨구고 정신차리고 앞을 내다봤을때 늘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시 문
열고 들어와 앉으며 하는말
'' 그만 들어가.. 나 쉬고 싶어..''
늘 이랬다.. 내가 이러는 남자한테 적응 못하고 어리둥절 황당해할때
늘 이랬다.. 여잔 그때 알아버렸다..
이게 마지막 이구나..어떤 일이 있어도 다신 이곳에 오지 않겠구나..
근데 이건 너무 억울하다.. 이럴려고 오늘 만난건 아니잖아.. 헷갈리고
억울하고 어지럽고 눈물이 막 쏟아져 내리고..
'' 나 갈께요.. 첨인것 같아.. 무뚜뚝하긴 했어도 이렇게 나한테 쌀쌀맞은적은
없었는데.. 알았어요.. 나 갈께요... ''
'' 그래.''
아..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데 일부러 두손 꼭 주머니에 찔러놓고 걷는데
가슴이 싸한게 꽁꽁 묶여서 숨을 못 쉴것 같았다..
그리고 ..
그리고..
그리고..
마냥 기다리다 .. 또 .. 기다리다..
그렇게 한달이 갔고 두달이 갔고..
불러보기를 반복하다 멈칫하다가 또 한달이 갔고 ..
비슷한 몸짓만 봐도 깜짝 놀라던 습관에 익숙해질무렵 ...
너무도 딴 모습으로 다가온 한 남자땜에 잠깐 숨쉬는 고통이 사라졌었다..
비가 오늘처럼 쏟아져 붓는날엔 불러도 아직도 대답없는 무심한 남자가
생각나서 내가 부담스러웠고 그런 난 어디든 떠나야할 이유를 찾느라
급급해하고 있었다..
불러도 대답없다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불쑥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젠
모른척 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때문만은 아니지만 한번은 그 남자처럼 당당하게 웃어주고 싶은건
내가 많이 아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럴수가 있었다고..
몰랐던걸 알려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