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스크린과의 만남이 도데체 몇년만이던가.
"얘~~ 애국가 나오니?"
"어휴~~엄마...촌스러워서..."
"얘는..촌스럽긴..와본지 오래 되었으니 물어보는거 아냐..
애국가 나오면 일어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그런거 없어요..걱정마세요...ㅎㅎ"
집이 시내인지라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볼수있는 영화를 인터넷
동영상이나 그외의 것으로 대체하면서 멀리했었는데..
어젠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영화 한편을 같이
보자고 한다.
밤 11시에 심야프로가 있다면서...
남편은 당연히 No를 했고 난 무조건 OK..
그렇게 해서 보게된 영화가 한여름 더위를 가시게 할 '장화홍련'이였다...
뛰는자 위에 나는자가 있듯이 기계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지능역시
날로 높아만 가는 시대이다.
요즘의 영화는 머리가 좋아야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미묘하다.
굉장히 단순할 수 있는것을 돌리고 돌려 사람 머리를 핑 돌게 만드니..
아무리 봐도 뭐가뭔지 모르겠다.
숨죽이고 보다가 나타나는 물체들, 삐거덕거리는 음향효과들로
콩알만해지는 간이 없어지지 않는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고
어린 학생들과 더불어 '꺅~~악~~~엄마야~~~~'를 연발하면서 영화를
관람하였다.
병든 엄마를 두고 바람을 핀 아버지..
집으로 끌어들인 새엄마에 대한 증오심..
친엄마의 자살로 놀래 죽은 동생을 책임지지 못한 주인공의
죄책감으로 인한 정신분열증세...
단순히 깜짝깜짝 놀래는 공포영화가 아니라 아름답고 슬픔이 가미된
영화였다.
시간이 흘러감에 차츰 흐름을 인식하면서 뭔가 꼭 나타날 것 같은
장면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도 궁금해 손가락 사이를 벌려
스크린을 쳐다보는 내 중년의 모습에 잠시나마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시절..동네어귀에 자리를 깔고 앉아 한밤중이면 모여 무서운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놀래켜 주던 날들이 생각이 났다.
'내다리 내놔..'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그건 바로....나야..'
이런 류의 흔하디 흔했던 이야기들..
내용이 무섭다기 보담은 분위기와 깜짝 놀래주는 것으로 더 무섭고
놀랐던 날들이었다.
담력도 세지 않고 강단 또한 부족한 나이지만..
왜 그렇게 공포물을 좋아했는지..
"엄마, 너무 소리지르지마...엄마땜에 내가 더 콩알만해지잖아요.."
하는 아들의 면박과 함께 숨죽이며 관람한 영화가 많은 여운을 남기면서
막을 내리고 일어서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새벽 한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들과 영화내용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돌아와 혹시 무서운
꿈을 꾸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무사히 하룻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난 아들은 영화제목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들어가 더 상세히
이것저것을 읽더니 자세한 설명을 내게 곁들여 준다.
영화란 영화를 모두 섭렵하는 영화광인 아들 덕에 본 공포영화..
올여름 영화메니아들을 사로잡을 영화 속에 줄줄이 들어있는 공포물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소름끼치는 영화들이 이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