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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정말 오셨겠지?


BY 바늘 2001-10-03

연일 TV에서는 귀성길 고속도로 상황이 전달되고 그걸 바라다 보는 난 한없이 부럽기만하였다.

어떤이들은 너무 힘든 고행길이라 하지만 명절이 와도 딱히 떠날곳이 없는 우리집 아이들은 시골에 친가나 외가가 있는 아이들을 너무나 부러워하면서 자라왔다.

형제가 육남매나 되는 남편의 피붙이들은 결코 작은수는 아닌데도 서로 삶에 바뻐 그런가 살가움의 정을 나눌 그런 화합이 부족하여 올해도 우리집은 그저 단촐함이 덩그마니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님 살아생전 이 부족한 막내 며느리와 16년간 지짐질도 하고 볶음질도 솔찬히 하면서 살았기에 위로 계신 형님들이 추도 예배를 하신다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니라서 남편과 둘이 장을 보러나갔다.

흠없고 겉이 고르며 크기도 커다란 사과, 배,감,삼색나물로 만들어 올려질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씨알 굵은 햇밤,네모로 만들어질 산적거리,약과,북어,윤이 자르르나는 햇대추,전거리,떡집앞에서 김이 모락거리는 막 쪄낸 송편,왜그리 상에 올릴 가짓수는 많은지 그래도 명절기분이 물씬거리는 장터에 나오니 기분이 쏠쏠하였다.

떡집 앞에는 찌다가 옆구리 터진 송편을 한바구니 좌판에 놓고 오가는 손님들의 시식용으로 두었는데 우리네 시장에서만 보여지는 정겨움이 아닌가 싶어 나도 포장을 기다리며 서너개 집어 먹었다.

이것 저것 사다보니 바구니 바구니, 봉지 봉지 쌓이고 추석날 아침 일찍 만들 음식과 미리 전날 만들 음식을 분류하여 놓고 남편과 난 둘이 추석음식 장만에 들어섰다.

지지고 볶고말이다.

남들은 보통 동서지간에 호호 깔갈 거리면서 만들 음식들인데 우리집에서만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주방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남편은 파,양파, 당근,무우,다듬질을 하였다.

남편도 이제는 익숙한 솜씨로 발전하여 보조자로써 훌륭한 몫을 하였다.


어머님은 살아 생전 나에게 그러셨다.

난 죽으면 깨끗하게 화장시켜다오 하지만 어머님은 청주 양지바른 고향땅에 아버님과 나란히 잠들어 계신다.

그런 아버님 어머님,할아버지 할머님이 낼 추석날 아침에 먼길 찾아오셔서 드시고 가실 음식인지라 몸은 고단하여도 마음에는 즐거움이 찾아들었다.

추석날 동이트고 앞치마 두르고 주방에 살곰나가서 전날 끓여놓은 국솥에 불을 ,굴비도 세마리 꽁지와 머리 자르고 약불에 지지고 시금치는 물 팔팔 끓여 소금 조금 넣어 파릇하게 데쳐서 무쳐내고 도라지 쓴물은 냉수에 담궈 우려 깨끗하게 흰색 살려 볶아내고 고사리 긴줄기 등분하여 달달 참기름 파악 붓고 볶아내었다.

어머님 그리 좋아하시던 물김치 유리 보시기에 한탕개 담아놓고 한곽에 10개 들은 약과는 젯상에 음식은 홀수로 올린다기에 1개 제쳐두고 9개 이쁘게 담아 올렸다.

아버님 식성이 육고기를 좋아하셨다기에 갈비 노릇하게 익힘질하여 소복히 담고 친정어머님 말씀이 그저 조상님께 드리는 모든 음식은 수북히 넘치도록 넉넉하게 담아 상에 올려야 자손이 복을 흠씬 받는다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면서 그렇게 그릇그릇 소복하게 담아내었다.

9시가 되어 장조카와 며느리 그리고 7살 5살된 손주들이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찾아들었다.

남편의 맨위에 큰형님 아들인데 막내삼촌집으로 매해 명절을 세러 와주니 고맙기도 하고 어찌보면 평범치 못한 가정 환경속에서 커온 조카가 측은하기도 하였다.

어린 손주들 눈에도 할머니 같지 않은 이 할머니를 부르는 호칭은 서울 젊은할머니인데 그 할머니 소리가 그리 정겹게 들리는지 이쁘기만하였다.

조카네가 오자 한상 가득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가운데 두고 조상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색고운 한복을 입고 엎드려서 고사리 구여운 손을 앞에 두고 넙죽 절하는 손주들을 보니 너무 사랑스러웠다.

명절이면 많은 가족들로 인하여 북적거림속에 지내는집도 많겠지만 또 우리집 처럼 개중에는 단촐하게 명절을 보내는 집도 있을것이고 또한 우리집 보다 더 쓸쓸한 가정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추석이 지나고 어제 아들아이와 둘이 이야기를 하는데 어린아인 줄만 알았던 아들녀석이 투욱 한마디 던지는데 코끝이 찡해왔다.

엄마 저는요 엄마가 조상님들께 제사지내는 그런 모습이 참 보기좋아요~~~~~~~~

오손 도손 그런 정이 묻어나니까요~~

그래 그래 끄으덕...

참! 그런데 그렇게 물김치 좋아하시던 어머님은 정말 오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