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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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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을 캐고...


BY 雪里 2001-10-02

엊저녁 부터 아들둘의 오전시간을 예약 해 놓고,
오늘 아침에 깨우니 죽어도 못일어 나겠다며 짜증을 부린다.
엊저녁 명절이라 동창들 만나 술을 마셔서 죽겠단다.
땅콩 까치가 다 파먹는다며 신경질을 확 부렸더니 마지못해 일어나서 따라 나선다.

봄에 날땅콩을 두어줌 사다가 모부어 놓고 까치가 못 파도록 새그물을 덮고 물울 주며 키워서,
싫다는 그이 꼬드겨서 둑 만들고,비닐씌우고,
허리 덜 아픈날 잡아 물 주며 한 포기씩 모종을 했다.
풀도 틈나는대로 뽑아주었더니 땅콩밭이 정말 밭다운 밭이되어
노란꽃을 피우더니만 잎이 어우러져서 밭을 다 덮어 흐뭇했었다.

푸짐한(?) 땅콩농사를 지어놓고,
수확 시기를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보며 기다렸는데 추석날 둘러보니 까치들이 여기저기 헤집어 엉망을 해 놓은거다.
힘들게 해놓은거 까치밥만 주나싶어 오늘 캐기로 했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거두는걸 몰라
쇠스랑, 호미를 챙겨서 밭에가니 어느새 풀이 땅콩잎보다 크다.
호미 하나면 충분했다.생각보다 힘이 안들고 잘 뽑아진다.

땅콩이니까 땅에서 나는건줄은 알았지만 정말 신기하다.
줄기를 모아서 잡아 당기면 땅콩이 주렁주렁 달려 나온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좋아하니,
아들들은 단순노동에 벌써 질려하고 있다.
왕초보 농사꾼한테 이렇게 달려 나왔으니 또 땅콩을 심게 생겼다며 미리 내년에 거들일을 두려워 하고 있는거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줄기가 하나씩 벋어나가고, 그끝에는 땅콩을 매달고 있는것이
줄기로 벋는 고구마완 또 다르다.
어떤것은 큼지막한 땅콩을 제법 많이 매달고 있어서 아들도 탄성을 지른다.
"엄마,보세요! 정말 땅콩 다운게 푸짐하지요?"
재미는 있나보다. 수확 이란것의 기쁨이 절로 나오는걸 보면...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끝이났다.
친구와 약속시간이 늦었다며 투털거리는 작은아들,
현관앞에 널어놓은 땅콩을 보며 풍요롭다 한다.

햇살 좋은 가을날.
아들둘을 데리고 땅콩 수확을 하며 마음이 혼자 부자다.
농부들이 힘들어도 이런 기분때문에 다음해에도 또 심는거 같다며
부자된 마음을 나누려는데,
한참을 듣고만 있던 큰아들 왈!
"엄마, 내년에는 땅콩 맛있는걸로 사다드릴테니 심지마세요!"한다.
말문이 막힌다.
거드는게 싫다고 어미의 기분까지 망치려 드느냐고 한마디 하고 싶지만 참았다.

"그래, 넌 네 방식대로 살아라.너희 세대엔 사먹는게 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내년에도 또 심을거다. 이렇게 가슴이 꽉 차고, 부자같고,얼마나 좋으냐! 나눠먹으면..."


雪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