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매장이 한가롭다.
이런 날은 은근히 울적하고 은근히 공허하다.
밖엔 그치지 않을듯이 비만 내리고
창밖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강물에 한번 빠졌다가 나온듯하다.
이러한날은 심심해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한다.
오늘은 아주 재미있고 안타까운 어떤 여학생을 목격했다.
비오는 날은 밖이든 안이든 선선한데
나의 목격자가 된 학생은 더운가보다.
그러니 아이스크림을 샀겠지.
여학생은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물어 먹자마자
연한 연두빛이 도는 허연 아이스크림을 통채로 땅바닥에 떨어 뜨렸다.
그 아쉬워 하는 표정은 창안에 있는 내 마음까지 전해져
이를 어쩌나....얼마나 아쉬울꼬...에고 아까워라..한창 용돈이 귀할땐데...
한참 먹성이 완성할땐데....
여학생은 몇초동안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멍하니 보다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얼른 아이스크림을 줍는게 아닌가?
저걸 다시 먹으려나...비에 젖은 땅바닥인데...오만잡것이 다 묻었을텐데...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눈치를 챘는지
여학생은 아이스크림을 한번 돌려 보는척하더니 봉지에 도로 넣어 가지고
황망히 매장앞을 지나갔다.
난 혼자 웃었다.
그 학생은 분명 손으로 대충 닦아내고 그걸 아껴가며 맛나게 먹었을거야.
아까워서 한입 슬쩍 베물어 먹다가 땅에 떨어뜨린 걸 내가 다 봤거든.
헤헤헤....
사람이 살면서 잠깐의 실수로 땅을 칠듯 후회스럽고 아쉬운점이 많겠지.
그 여학생처럼 어릴적엔 먹고 싶은것에 목숨을 걸고
그걸 못먹으면 땡깡부리며 울었는데
지나고나니 철딱서니 없는짓이였다.
학창시절엔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문학반에서 활동도 많이 할것부터
젊은 날엔 좀더 많은 사랑과 여행을 해 볼걸하고 아쉬움이 남아있다.
지금도 이러저러한 실수와 후회와 아쉬움속에 살고 있지만...
나뿐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아닌데...
머리속이 터질만큼 화를냈던 일도
구들장이 꺼질만큼 한숨을 쉬던 일도
얼굴이 다 젖도록 울었던 일도
지나고나면 그 정도로 못참을 일은 아니였는데 하면서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밤비가 내린다.
비 떨어지는 소리가 바람이 미루나무를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같다.
"비야 비야 내리렴.
내 한숨과 내 눈물과 내 아쉬움이 들키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