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어쩌다가 한번 와서 같이 저녁을 먹게되면 큰 유세를 떤다는
친구의 말은 실감이 난다
그래 늘 친구때문에 일때문에 그리고 이런 저런 연유로 신랑은 밖에서 저녁을 들고오는 때가 많다 ..
모처럼 저녁을 집에서 먹겠다고 전화를 한다
기특하게도?
어제도 오늘도 우리가족 그 누구의 생일은 아니다
다만 어제 신랑이 슬픈 생일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잠시 그 잃어버린 생일을 내가 대신이라도 하듯
늘 신랑의 저녁상에 벌을 받고 있는 듯한 착각을 내가 즐기고 있다는 기분때문에
몇자를 적어본다
신랑이 초등 5학년때부터인가
아버님이 하시던 사업이 말대로 쫄딱망하고
그때부터 말할 수 없는 가난을 경험하고 살아왔던 사람이다
화장실도 없고 수도도 나오지 않는 ...
고등학교 시절에는 늘 친구의 계란말이를 얻어먹었다고
그 와중에
연로하신 부모님은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이
별로 넉넉하지 못한 둘째 누이집에 얹혀서 살게되었는데
누구도 부모와는 비교해서는 아니될 법
저녁이 늦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녁을 먹는 것은 이미 포기의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간신히 주머니를 뒤져서
백원짜리 하나로
삼양라면 한개를 알맞게 끓여서
들고 나오다가 부엌바닥에 엎지르고
그 허망함이 굶주림에 배고픔에 ...상상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잠이 들던 지난날 ..
친한 친구 중에 인천에서도 유명한 설계연구가 이시고
커다란 건축 설계사무소를 하시는 아버님을 가진 부자 친구가 같은 반이었다
그 친구는 늘 부자들이 누리는 사치를 쓸데없이 경험하는 듯한 사람이었다
그 옛날 초딩 시절 그 귀하디 귀한 짜장면을 교실로 배달시켜 가져오는 극성어머니를 가진
바로 그 친구의 생일이 음력으로 우리 신랑과 같은 날이다
음력 11월 6일
그 친구는 여느때와 같이 생일날 친구들을 잔뜩 집으로 초대하고
화려한 생일 파티를 열었다
문득 그 친구가 나의 신랑에게 물었다
"야 @@야 네 생일은 언제니 ?"
"응 ~~~양력으로 12월 7일이야 ~"
하고 쓸쓸히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랴
오늘이 바로 내 생일이다 하고 말을 하고 싶었겠는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설령 알아도 누가 무었을 챙겨줄 입장과 환경은 가지지 못하였는데...
그런데
지금 그 잘나가던 친구는
아이엠에프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우리에게 빌려간 얼마간의 돈도 갚지 못하고 있다
"그래 인생은 유전이고 역전도 가능하지 ~~"
이럴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마디
"마누라 잘 만나면 ~~~<<<"
다른 때 같으면 절대 질 수 없다는 한마디로
"사둔 남말 그만하시고 <<"
하던 신랑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그래 ~~~~~~이구 "
언젠가 흘리듯 그 이야기를 들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
자기 체험없이 들은 이야기였던지라 가슴에 남아있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르지만 나에게도 잊지 못할 생일이 있다
대학 2학년때 어머니는 중풍으로 쓰러지시고
다 큰언니들은 시집을 가고
이래 저래 반쯤 집안일을 돌보며 학교를 나가는 내게
생일 그것은 큰 의미가 되지 못하였다
많은 가족이 있고 생일을 기억한다고 해도
한 뿌리로 한 울타리에서 한솥밥을 먹고 지내는 때가 아니면 ~~~
사람이 돈이 많다고 남에게 베풀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중의 하나가
장충동 자기 집으로 나를 불렀다
이상하게도
그 친구는 집에 없었다
조용히 이층으로 올라가 그 애방에서
그애를 기다렸다 일하는 사람을 둘이나쓰는 부잣집이었는데
그 한분은 키가 유난히 작으신 요리사 이시고 집안일을 총괄하시는 분이고
나머지 한분은 지금으로 말하면 허드렛일을 하는 여린 소녀였다
그 소녀인 아이가 내게 쥬스를 한잔 날라다 주고
나는 일없이 그애 방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불안스런 몸짓으로 익숙하지 않은 자세로
그애의 앨범을 보면서 ~~
그애는 귀하고 사랑스럽고 부자이고 .....
왜 이아이는 이렇게 폼나게 살고 있는걸까 하는 부러움
그것도 잠시 지루하도록 나타나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다가
살포시 잠이 들었다
그 친구의 이층 방에 불이 켜지고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녁 먹자 ~~"
하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는데
그친구의 어머니께서 작은 --아니 나에게는 너무 너무 화려한 -
생일상을 준비하셨다
그 당신 초코파이 케익이 유행했는데
그 케잌위에 촛불까지 올리시고 ~~~
그때의 감동은 지금 이글을 쓰는동안에도 가슴이 울컥 하고 뭉클해진다
친구들은 네덜란드에서 온 작은 쿠키 하얀 양말 작은 실반지
머리띠 끈을 이리 저리 묶는 샌달 등등 선물을 꺼내는데 ...
나의 할말을 잃고 울지조차 않았다 ...
바로 그날 먹었던 해파리 냉채는
겨자의 맛이 알맞게 쏘면서 매운 정도가 약간 강한듯 .적당한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요리였다
바로 어제 저녁 큰아이와 그 해파리 냉채를 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의 경우에는 해파리 소스의 알맞은 맛을 배합하기 위해서 중국요리를 시켜먹었을때
배달된 겨자 소스를 병에 남겨두었다가 사용하지만 ...---
때로 생일이 되면
무얼 해줄까하는 일상적인 나의 질문에
"무슨 위대한 탄생이라고 ~~아버지 오줌끝에 밀려나온 인생이 ~~"
하고 씁쓸한 한마디를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