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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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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삶의향기 솔솔 (1)


BY 茶音 2003-07-06

***

 

행복하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오늘만 같아라~~~

 

동네아짐들 다 모여라~

점심시간 12시가 되갈 무렵

동네 아짐들 숟가락 하나씩 꿰차고 하나씩 몰려온다

절간같이 조용하던 집이 갑자기 들썩들썩

집안의 집기들이 놀래서 화들딱 잠이 깬다

 

어제저녁무렵에 텃밭에 나갔더니

고개내밀 생각을 하지도 않던 싹들이

며칠전부터 내린 비 흠뻑맞고

쑤욱 자라있었다

너무이쁜 모습에 머리 한번씩 쓰다듬어주고

숨쉬기 힘들것 같아서 솎아주고 덤 북돋아주고......아고 허리야 ^^*

 

솎아낸 어린잎들이 너무 연하고 맛나보여서  (정말 연하고 이뻐서 먹기에 좀 미안했음...^^*)

씻는것조차 제대로 못하고 (주물러 물러질까봐..^^)

밥상가득 7가지 쌈종류올려놓고

비빔밥 해서 먹었는데 ,,,그 맛이 진시황제의 진수성찬이 뭬 부러우랴~~

그 기쁨 그냥 보내기 서러워서

동네 아짐들 한숟가락씩 맛보이려고 오라 했더니

이눔의 여편네들,,,,,기다렸다는듯이

시간도 되기전에 몰려오더라...ㅎㅎ

 

아침에 식구들 일터로 내보내고

밥솥가득 보리쌀 듬뿍넣고 보리밥 앉혀 놓았던거

냉면대접에 주걱으로 푹푹퍼서 담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커다란 함지박 꺼내와서

밥솥째 들여붓고

7가지 이름모를 쌈 .....손으로 뚝뚝 잘라서 가득 넣구

고추장 듬뿍 (아까워라.......우리 한달은 먹겠네....^^)

참기름 공장하나?

아까운줄 모르고 뒤집어서 듬뿍 ...

주걱으로 쓰윽쓱 비벼서  숟가락 8개 찔러넣고 .......옛다~~~~~먹어라 ~~~!!!!!!

밥상위에 함지박 올려놓자마자

까르르~~~~~~~웃음보 터지더니

숟가락 8개가 함지박 속으로 들락달락

정신 없이 먹어치우는 아지메들

먹성함 끝내주는구먼....ㅎㅎ

옆집아주머니가 끓여오신 된장 뚝배기 맛 또한 일품이라

정신없이 먹고 보니 함지박도 깨끗.

뚝배기의 된장찌개도 깨끗

반짝반짝..

입이 참 무섭긴 무섭다

^^

이제부터 수다시간

깔깔 ......호호......하하

토요일 오후가 너무 잼나고 즐겁다

 

항상 손이 커서

우리짝꿍 하는말

 

" 하이구..밀가루푸는거 보니까 오늘도 동네 잔치 하겠구먼? "

" ㅎㅎㅎ 여봉....그래도 말야 .....손이 커야 복받아요.....이게 다 투자 아니겠소? "

" 적당히 해서 먹고 남는거 없는게 조치......여자가 손이 너무커"

" 그런소리 마소....내 손 큰게 다 당신 복받게 하는 복손인거 몰러유?ㅎㅎ"

 

예전에는 밖에일 한다고 정말 바쁜데도

비오면 비온다고

커다란 함지박에 밀가루풀어서

동네아짐들 모여라~~~불러 빈대떡 붙여 먹으며

세상살아가는 이야기 알콩달콩 나누고

시댁흉도보고 남편 흉도 보고 (나중에 보면 흉이 아니구 자랑으로 돌더라~~^^)

몇사람 도마질 하면서 속앓이 하는 아짐들 맘도 풀어주구

마트가면 으례 국수 몇봉지 더 넣어서

멸치국물 내려 잔치국수에 김치 한접시 놓고

시집온지 얼마안되 힘들어하는 이웃집 새댁 눈물 콧물 닦아주며 얘기 들어주면서

내 맘의 응어리 상대적으로 풀곤 했었는데

나이들면서 점점 마음이 작아지는건지

살기 바쁘다는 핑계 아닌핑계로

마음의 빗장 슬슬 걸기 시작해서

사람들과의 만남 조차도 멀어지고

길에서 만나면 살짝 미소짓는걸로 대신하고

중년의 나이가 외로워 질무렵이었는데

오늘 짙은 회색으로 칠했던 마음의방을 환한 비취빛으로 다시 칠해 본다

 

아지매들 수다가 오늘 앤돌핀 팍팍~~~

배꼽이 너무힘들다고 멀리 달아나고

허리가 꼬부라져서 펴기에 힘들정도로 깔깔대고 오랜만에 웃어본다

이런것이 사는행복이구나

늦도록 몸이 뻐근하다

얼마나 웃어 제켰는지...

이래서 산다는것은 살아볼만 한가보다

행복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곡차곡 채워진다

 

 

2003/07/05  茶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