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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을 쓰려거든..


BY 김 연 2003-07-06

늘상 손이 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투덜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잡채를 해도
마치 잔치집인양
김장김치 속을 버무리는 양은 다라이에다가
온 몸을 던지듯 넣어서 끙끙 소리를 내며
버무려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을 해서

온동네에 다 돌려야
속이 후련하시던 엄마..

그렇게 많은 양을 해봤자
우리 네 형제자매에게 돌아오는것은
고작해야
한대접씩 뿐...

그날 저녁을 그걸로 먹으면
다음날 남긴걸 먹거나 할 것은
남아있지도 않습니다.

온동네에 참기름 냄새 뿌린 댓가를
엄마는 그렇게 치르셨습니다.

다 자라서
엄마의 솜씨를 알게된 후
저절로 알게된 것

뭐든 특별한 음식을 만든다 하는날이면
의례히 많은 양을 해서
온동네에 다 돌린 까닭이
여러가지라는 것입니다,

엄마는 손맛이 좋아서
특별히 누구에게 배우거나 한 일도 없는데도
뚝딱 뚝딱 요리를 참 잘하셨습니다.

그 솜씨 자랑하는 목적이 하나요,

제일 중요한 이유는
이왕 하는거
이왕 인심쓰는거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심을 쓰려거든
아까와 하지 말고
푸짐하게 나누어주라..

비록 내게 남는 몫이 적어지더라도
그것이 내게 다시 돌아오는 비결이며
사람이 현명하게 사는 한가지 길이라고...

저야..
살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아니한
병아리 입니다만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양이 턱없이 적지만
뭔가 나누어야 할 일이 생겨
음식을 하게 되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큰 그릇에 손이 가는 걸 느낍니다.

누구에게 나누어주고 할 실력은 못되지만
내가 만든 음식 먹는 이들이
먹다가 좀더 있었으면 하면서
아쉬움에 입맛 다시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오늘...
속상한 남편을 그저 위로만 해주려고 퍽이나 애 썼습니다.

사실은
남편이 저에게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날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상황이 역전되어 그리 되었습니다.

열심히 내맘을 다해 위로를 해주고
잠든 그를 봅니다.

참았던 속상함이 고개를 듭니다.

나는 잘하고도 좋은 소리 못들을 그런 미련둥이인가봅니다.
여태 잘하고도 속상하니말입니다.

사실은 날 위해 케잌에 초를 꽂고
축하해 한마디라도 해주길 기대한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오늘 한마디도 좋게 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그를 위로하고 없는 애교도 떨고
나중에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자기 호강시켜줄께 하면서
허풍도 떨어놓고..

그의 잠든 얼굴을 보니
여태껏 참았던 내 기대가 무너진 서글픔이
사라지지 않고서 나를 괴롭히더군요.

인심은 쓸때 화끈히 써야 하거늘..
난 그것조차 못하는 못난이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