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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18개월 아이에게 생굴을 먹여 장염에 걸리게 한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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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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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어머님은 인간세탁기


BY 빨강머리앤 2003-07-05

우리 어머님은 남다르게 부지런 하시는 분이시다.

예전 우리 어머니 세대 분들이야 어디 부지런함 빼고 말할수 있는

다른것이 더 있던가 싶지만,

특별히 우리 어머님은 참으로 부지런 하셔서 그분의 하는양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일찍부터 일어나셔서 이방저방을 걸레로 닦고 훔치시는 일부터

어디 일이 없나 눈을 두리번 거리시며 다니시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을 찾아 나서는(?) 분이시다.

\'좀 쉬고 계셔요\'라고 말을 할라치면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얼른 해버려야 시원하지..

그리고 쉬면 뭣하고 있냐\'며

자꾸 몸을 놀려야 건강한 법이라며 나의 염려섞인 말을 일축해 버리시곤

하셔서 이젠 \'좀, 쉬시라\'는 얘기조차 아예 안하게 되었다.

 

내가  힘겨워 하고 짜증내고, 싫증내는 집안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면 참으로 신기할 정도다.

특히, \'인간세탁기\'라고 불릴만한 정도로 빨래를 남다르게

깨끗하게, 신속하게 말끔하게 끝내시곤 하셔서

이래뵈도 결혼십년차 주부인 나를 깜짝 놀라게 하시는 우리 어머님이시다.

아이둘 키우는 집이면

공감하겠지만, 날마다 쌓이느니 빨래다.

요즈음처럼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엔 더욱 빨래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왕깔끔 떠는(아무래도 어머님을 닮은게 아닌가 싶은...) 남편까지

합세해 빨래는 날마다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 요즈음이다.

 

빨래중에서 속옷과, 흰옷, 그리고 아이들 옷은 대부분

손빨래를 하는 나였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서 늘 화장실 빨래를 담아두는

빨랫통엔 손빨래를 해야 하는 옷들이 한둘은 들어 있게 마련이었다.

그랬는데 ,

우리 어머님이 오시고 부터는 남아나는 빨래가 없어져 버린것이다.

아이들이 옷을 벗기가 무섭게

잠깐 손빨래용 빨래통에 빨래거리가 쌓이기가 무섭게

기다리기라도 하셨다는 듯이\'이거 빨거냐?\' 물으시곤

내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빨래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 가신다.

\'제가 나중에 빨께요\'라고 말하는건 오히려 송구스러워

말할수도 없다.

곧 수돗물 소리에 섞여 어머님의 힘찬 빨래 주무르는 소리가

뭉게뭉게 올라오는 비눗거품소리에 묻혀 내가 일하는

부엌까지 리듬감있게 들려 오면 이미

어머님은 빨래를 다 물에 담가 두고 계시는 것이다.

 

한번은 집안일중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우리 중학교때

영어선생님의 주장은, 집안일중 빨래가 가장 힘들기 때문에

남자가 해야 한다고 하셨었고, 나도 그말에 동조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빨래를 저리도 후딱 해치우시는 비결이 뭔가 하고

어머니가 빨래하는 양을 지켜본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빨래하는데 그걸 지켜보는 며느리가 세상에

어딨냐고 하시지 마시길...)

보통의 어머님 또래에 비하면 키도 크고 몸도 크신 편에

속하신 어머님은 유난히 손과 발이 크시다.

그래서 인지 손힘이 무척 좋으신  것같았다.

빨래를 주무르는 양이 척척 박자에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여 빨래를 하시는데 내가 보기에도 정말 저일을 즐기시는 구나,

싶어 보는 내가 즐거워 지는 느낌 이었다.

콸콸 흐르는수돗물에 빤 옷들을 훌훌, 헹궈 내시는 폼도

여간이 아니시고, 깨끗한 물이 나올때까지 그렇게 헹구기를 여러번

해서 짤순이도 필요없이(어머닌 세탁기는 안쓰시고, 손빨래 한후

가끔씩 짤순이를 이용하신다)

빨래를 삼등분해서 위쪽, 가운데, 아래쪽을 한번씩 짜면

옷에 남은 물기가 말끔히 없어지는 것이었다.

 

세탁기를 돌릴 경우 세탁기의 마지막 코스에서

마지막 3분을 남겨두고 세탁을 중지 시키곤 하는데( 탈수는 3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우리 어머님이 손으로 물기를 짜는 정도가

딱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물기가 빠져 나간다.

그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보고는

그때부터 우리 어머님은 \'인간 세탁기\'라 불리게 되었으니...........

그걸 말씀 드리니 우리 어머님은 재밌다고 깔깔거리며 웃으셨다.

누구 얘기도 아니고 바로 어머님 얘기 였는데 말이다.

 

인간세탁기가 되어서  빨래를 보는 족족 빨아 버리시는 모습을

보면 난  물론 마음이 편치마는 않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아이들이 옷을 벗으면 그리고 손빨래 할것들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얼른 빨래를 하러 욕실앞에 앉지만,

난 인간세탁기가 되기엔 한참이나 턱없음을

여전히 뼈져리게 느끼게 되는 초보세탁기임을 자인하곤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빨아둔 말끔한 빨래를 보면

아무리 좋은 세탁기 인들 저리 깔끔하게 빨래를 할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완벽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 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