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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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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줄기


BY 풀씨 2001-09-25

빨간 고구마줄기 한단을 사고 엷은 소금물에 담갔다가
껍질을 벗겼다
소금기를 머금어서일까 길이대로 쭉쭉 잘도 벗겨진다
하얀속살을 드러낸 고구마줄기를 가운데를 톡톡 분질러
놓고 붉은 홍고추를 마늘하고 갈았다
올 봄 담아둔 잘 삭은 멸치젓갈로 간 을 하고
고구마줄기를 대충 절구공이로 짓찧어 고추,마늘,젓갈 섞은
양념으로 버무렸다
고구마줄기로는 데쳐서 볶아먹기도 하고 ,무쳐먹기도 하고.
고등어조림할때 시레기 대신 깔아서 조리기도 하지만
우리집에선 생으로 젓국으로 무쳐먹기도 한다
이 조리법은 친정 증조할머님께서 하시던걸 어깨너머로
어릴적 보고 내가 해본것인데 삭혀서 먹어도 맛있고
겉절이로도 맛있다
다만 젓갈이 고소해야 더 맛있는 겉절이를 먹을수 있지만 말이다
증조할머니께서 이맘때 고구마순을 꺾어오시면
커다란 대소쿠리를 놓고 껍질을 벗겨
절구통에 젓갈국물이랑 밭에서 갓 따온 홍고추,마늘,따위를
넣어 갈아서 양념을 만들고 고구마줄기를 같이 넣어
절구로 살살 줄기대에 양념이 배이겨 짓눌러서
커다란 양은 다라이에 푸짐하게 먹기좋게 담아내시곤 했다
어릴적엔 시큼하게 삭아도 별미였고 생으로 먹어도 고소한 고구마순,
멸치젓과 함께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래서 시집와서 이맘때 내가 즐겨하는 반찬중 하나가 되었고
다행히 거부감없이 가족이 모두 즐겨 먹는다

고구마줄기 를 보면
넝쿨 넝쿨 통통하게 살이올라 온 밭을 풍성하게 하던
고향 뒷 산 밭이 생각난다
지금쯤 망개열매가 빨갛게 달려있고
까치밥도 익었을 고향 산 밭둑
억새도 피었을까
고구마줄기로 반찬 을 만들다가
잠시 고향생각에 잠긴다
가을이라 그런가
새삼 그리워지는 어린시절이....
고구마줄기로 오늘 아침 향수어린 밥상이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