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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에 대하여


BY 깊은샘물 2001-01-06

낯설음에 대하여


얼마 전 오빠 집에 갈 일이 있어서 가게 되었다. 오빠와 단 둘이서 상의 할 일이 있어서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방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 방의 모든 물건들이 다 처음 보는 것 들 이었다. 순간 난 너무나도 당황을 했다. 오빠가 그 집으로 이사를 온지가 2년이나 되었는데, 처음으로 그 방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너무도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그 낯설음이 나의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옛날 같으면 이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손님이 오면 안방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잤다.

그러나 요즘은 안방 문은 꼭 닫혀 있다. 대신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모여 사람들은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에게도 문제가 있나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 왜 나는 한번도 그 집 안방 문을 열어보지 않았을까 '

내가 변화된 문화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나 생각을 해 보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프기만 했다. 나이가 들면 형제도 다 남이 된다는 말을 사람들은 한다.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형제의 안방도 낯설어야 하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고 슬프기만 하다.

오빠가 그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난 몇 번밖에 가지 않게 되었다. 오빠네 집은 멋지고 좋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그 집은 티 하나 없이 언제나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 개구쟁이 딸내미가 가서 심란을 떨어대는 것이 웬 지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오빠네 집과 내 마음은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몇 년은 나의 친정은 오빠 집이라고 생각을 하고 명절이 되면 잠을 자고 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입을 준비하는 조카가 있는 오빠 집에 가는 것이 눈치가 보이기 시작을 했다.

그래서 가끔 남편이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아오면 난 오빠부부를 우리 집으로 초대를 했다. 언제나 맛있게 매운탕을 먹는 오빠를 보면 난 행복했다.

나이가 들면 형제도 남이 된다는 말을 사람들은 아주 쉽게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형제는 서로 이해를 해 가면서 오손도손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장 익숙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 나는 정말 당황스럽고 한없이 슬프기만 하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개인의 생활을 존중하는 시대인데 그런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궁상을 떨고 사느냐고 누군가 나에게 말할지 모르겠다.

그 방이 낯설게 느껴질 때 나는 오빠와 올케언니도 낯설게 느껴졌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낯설음을 얼마나 주고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만나도만나도 어색하고 낯 설은 사람이 있다.

내 마음의 빗장을 열지 않아서 혹시 모든 사물에 낯설음을 느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