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가을을 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난 그 맘을 모른다. 내겐 계절이 바뀌는 것에 대한 맘에 여유가 없다. 언제부터였을까???
학창시절 아빠의 사업실패로 고단한 삶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후 난 계절감각을 잃었다.
결혼해서 지금은 별걱정 없이 평범한 삶속에 살고 있지만 이미 계절감각에 무뎌딘 나는 봄이 되어도 여름이 되어도... 별 생각없이 지내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 아이고, 이번 겨울엔 어떻게 추위를 면할까???? 이런생각을 하고 이제 해가 짧아 지겠네.... 하루가 짧겠구나??? 하는 이런 현실적인 생각만 하게된다. 난 추위를 몹시 탄다. 지난번 태풍으로 계속 비가 왔을때 내려간 기온에 난 일찌감치 전기히터를 꺼내놓았을 정도니까...
내 소녀시절 소녀시절의 감상따위를 할 여유없이 지내온 생활들은 아예 그런 감상을 가져가 버린것 같다.
지금은 그 어렵던 나날들을 다 보상받았다 해도 그 맘만은 보상이 안되는것 같다. 봄에 새싹이 돋으면 생기를 느끼고 싶고 여름에 따가운 햇살을 느끼며 뜨거운 정열을 느끼고 싶고 가을에 바람을 느끼며 고독과 안정을 느끼고 싶고 겨울에 눈내리는 모습을 보며 러브스토리에서 나왔던 눈속에 뒹구는 모습을 생각하고픈데....
현실의 난 봄에 새싹이 돋으면 에고 이제 지긋지긋한 추위가 지나는구나 느끼고 여름에 따가운 햇살속에서는 빨래한번 잘 마르겠다 느끼고 가을에 바람이 불면 에고 이제 또 추위가 시작하겠구나 느끼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에고 길미끄럽겠다 생각하는게 고작이다.
내 나이 이제 서른. 아직은 삭막하면 안될것 같은데....
아니, 생을 마감할때까지도 삭막하지 않게 살고싶은데...
나도 이젠 여자가 되어야 겠다. 이 큰 목소리도 조금 작게 줄이고 가끔은 푸른 하늘을 보며 그냥 자연의 아름다움에 젖어볼 수 있도록 나도 이젠 여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