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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이야기 3


BY 다람쥐 2001-01-05

새해가 시작 되었는데 희망보다는 불안에 떠는 하루 하루 입니다.
IMF 이후 편할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의 어깨는 하염없이 내려 앉아 있구요...
몇번의 구조 조정이 있을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제 심정이 이런데 당하는 남편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자기야 만일 무슨 일 생기면 내게 꼭 말해 줄꺼지...
힘들면 말해..애 맡기고 내가 직장 가질께...
나...생활력 끝내 주잖아...."

이렇게 불안 할 줄 알았으면 결혼도 안 했을거라는...
우리 고생 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다정다감한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라고...무슨 일 생기면 혹 내게
이야기 안 하고 파고다 공원에 앉아 있을까봐....
말로만 든든한 척 했지요...

하지만 얼마전 저도 무슨 일인가 해야 할 것 같아 이곳 저곳 알아보니
정말 여자에겐...또 아줌마에겐....

다달이 갚아야 할 빚도 있고 생활비도 어느정도는 있어야하고
아이는 점점 커서 돈덩이가 되어 가는데...
제가 그 돈을 메꾸려 생각하니 긴 한 숨만이 나오더군요.

이제 회사가 없어지네...합병되네...
다시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3월전에 결정이 난다더군요...

매일 과다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
실업자가 될까 두려움에서 오는 스트레스...
마구 남편의 어깨를 짓 누루고 있는 이것들을
어떻게 같이 져 주고 싶은데....
무능력한 제가 정말 바보스럽습니다.
오로지 도움 안 되는 힘내라는 말뿐....

새해의 종소리가 예전처럼 기대의 종소리가 아님이...
한 해를 무사히 넘겼구나...또 한해를 어떻게 보내나...
한숨처럼 들리는 것이...너무도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