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가는 길목이다.
또 하루가 지나고, 예외없이 시간은 나를 지키고 있다.
너는 누구인가?
하루를 어덯게 보냈는가?
너무도 조용해서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같은 몸짓으로
새벽을 향해 걸음마를 배운다.
그래,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자 .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들과 이런 것들이 사소한 것들로 다가왔다.
나를 느끼도록, 늘상 안방 한가운데 놓인 장롱처럼 치부대는 나 자신이
싫고, 부담스럽고, 심지어는 바보 스럽기까지 했다.
구름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면 그 속에 빠지고 싶었고
17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밑을 내려다 보면 훨훨 날을것만 같았다.
새벽 안개낀 호수가 보고 싶기도 했고
미친듯 비오는 계절속에 서 있고도 싶었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올 때의 그 공허함과
너무도 조용한 침묵이 나를 슬프게 할 때도 있었다.
아직은 할 일이 있을것도 같음에 나를 위로 하지만
오늘 하루도 꼭 같은 모습으로 흘러간다.
죽음보다 깊은 침묵을 간직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