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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깊은 침묵


BY 아이리스 2003-07-02

아침으로 가는 길목이다.

또 하루가 지나고, 예외없이 시간은 나를 지키고 있다.

너는 누구인가?

하루를 어덯게 보냈는가?

너무도 조용해서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같은  몸짓으로

새벽을 향해 걸음마를 배운다.

그래,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자 .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들과 이런 것들이 사소한 것들로 다가왔다.

나를 느끼도록, 늘상 안방 한가운데 놓인 장롱처럼 치부대는 나 자신이

싫고, 부담스럽고, 심지어는 바보 스럽기까지 했다.

구름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면 그 속에 빠지고 싶었고

17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밑을 내려다 보면 훨훨 날을것만 같았다.

새벽 안개낀 호수가 보고 싶기도 했고

미친듯 비오는 계절속에 서 있고도 싶었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올 때의 그 공허함과

너무도 조용한 침묵이 나를 슬프게 할 때도 있었다.

 

아직은 할 일이 있을것도 같음에 나를 위로 하지만

오늘 하루도 꼭 같은 모습으로 흘러간다.

죽음보다 깊은 침묵을 간직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