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 켜놓지 않은 실내는 일층이어도 어둑했다.
문을 연지 두어달 밖에 되지 않은터라
새것이었을 때 느껴지는 산뜻함이 코끝으로부터 전해져왔다.
급하게 보내야할 메일이 있어 난생처음 가본 PC방..
컴이 또다시 말썽을 피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달려갔는데
아침시간이라 손님은 아무도 없고
쥔 여자인듯한 아짐 혼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안그래도 어색한 걸음이어서 쭈삣거리는데
분위기가 영 그래서 그냥 도로 나올까도 했지만
1시까지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해야 하겠기에
컴에 전원을 넣었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녀의 하소연을 듣게된 것이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너무도 절실해서
기도를 했다는 그녀는 55년생이라 했다.
" 죄송합니다만 바쁘지 않다면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 제발 부탁입니다! "
맘이 급하고해서 대충 마무리하고 일어서려는데 그녀의 간절한 눈빛이
가뜩이나 모질지 못한 내 맘을 옭아매어 덩달아 눈물을 쏟게했다.
재생불량성 악성빈혈로 십여년 투병생활을 해오던 그녀의 남편은
금년 5월에 운명을 달리하셨고 시신은 종합병원에 기증했다며
그 동안 그녀가 남편 간병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연신 티슈로 닦아내며 풀어놓았다.
정말 소설 속에나 있음직한 모진 삶을 살아낸 그녀..
그저 천하태평이면서도 늘 궁시렁 거리는 내 모습이 마냥 부끄러워
고갤 들 수가 없었다....그냥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
" 모든게 잘 될겁니다!"
" 왜냐면요..아줌마의 억울한 심정을 하늘은 알고 있으니까요!"
" 서로 맞대고 싸우시면 이렇게 화병만 생기니까 꾸욱 참으시고
좋은 맘을 갖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 보세요! "
부산에서 만화방을 하며 근근이 살아왔었는데
당신의 신축건물에 세도 내지말고 그냥 와서 장사를 해보라 하는
손윗시누의 제의로 이것저것 몽땅 털어내어 pc 방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생이 저 세상으로 가고나니까 당장 가게를 비워달래고
안 내놓으면 법으로 하겠담서 길길이 뛰는데
새로 구입한 컴터가 전세산인 마당에 어떻해얄지 몰라 암담하다고..
난감한 노릇이었다.
남도 아닌 시누의 태도를 제삼자인 입장에서 뭐라 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시간나면 집에 오셔서 식사라도 같이 하시라고
얘기 상대가 필요하실 땐 언제라도 연락하시라고 전번만 남기고 돌아서는데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높아진 하늘만큼이나 맘도 들뜨고 주변이 온통 아름답게만 보인다며
주절대던 내가 얼마나 부끄럽고 한심스럽던지...
제발..제발..
힘겹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좋은 일들만 좀 생겨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