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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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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와 뽀빠이의 동침


BY 올리브 2003-07-01

'' 아야... 아프잖아..  돌아누울때 좀 조심해.. 나 멍 잘 든단말야.. ''

 

'' 야.. 근데 자다보면 니꺼랑 내꺼 닿고 그런거지.. 뭐가 아프냐.. ''

 

'' 너가 뽀빠이면 내가 안 아픈데 넌 뽀빠이가 아니잖아.. 그리고..

   너도 아프다며.. 저번에 소리까지 질렀잖아..''

 

'' 알았어.. 이.. 만. 큼. 떨어져서 자자.. ''

 

올리브가 늘 꿈꾸어오던 근육질의 남잘 포기하고 천장에 달려있는 형광등처럼

가느란 팔뚝이 전부인 남자와 같이 살기로 한날..

빼빼마른 마론인형처럼 나란히 누워서 이젠 자기만 하면되는데 새벽에 한 두번씩

깨서 몸을 떨구어내야만 해결이 되는 여자랑 남자가 있었다..

 

내 평생 ... 거 누구더라 ...

내가 어릴적 맘속에 늘 이상형이라고 품고 다녔던 근육맨을 미련없이 던져버리고

이 빼빼남을 선택하게 되면서 우린 늘 밤마다 근육통에 시달렸다..

 

잠버릇이 유별난 나와 베개대고 누우면 바로 곯아버리는 이 남자땜에 같이 사는게

아직도 적응이 안되서 못마땅해하고 있는데 내 예민함은 해결해야 할 엄청난 숙제

처럼 날 짓눌러대고 있었다..

 

'' 야.. 니네 웃긴다.. 어찌하면 그렇게 멍이 드는데.. 니가 너무 못살게 구는거 아니냐? ''

 

'' 야.. 내가 왜 못살게 구냐.. 난 돌처럼은 아니어도 몸이 좀 어지간히 단단하거나 아님

  솜처럼 푹신한 남자랑 살아봤음 좋겠어... 이건 잘못 부딪히다가 꼭 몇번씩 깬다니깐..

  내가 미쳐..''

 

'' 암튼.. 유난스런 커플이다.. ''

 

어쩌다 친구들한테 하소연처럼 징징대면 이해가 안간다며 날 내몰리는 그들에게

더 해줄 말도 없었고 그러다 난 잠 못잔 예민함과 짜증으로 버거워하고 있었다..

내겐 남자랑 살게되면서 발생한 엄청난 후유증 이었다..

 

몇달후 끙끙대며 풀어낸 숙제의 정답을 발표하기로 맘 먹은날..

난 너무도 당당하게 큰 종이에 광고문구를 만들어 남자한테 선전포고 했다..

 

'' 나.. 올리브는 내 남자가 뽀빠이가 될때까지만 내 방에서 자기로 한다.. ''

 

읽고 나니깐 좀 웃기긴 웃겼다.. 둘이 못자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문제여서 못자는거라며

올리브가 뽀빠이 없이 어찌사냐고.. 난리가 났다..

 

그러다 어쩐지 삭막한게 신경쓰여 또 다시 첨처럼 함께 자기로 합의는 했지만

이젠 이 남자가 가끔씩 코까지 곯며 내 심사를 뒤틀어대기 시작했다..

서둘러 깨워서 진정시키고 다시 자려고 하면 또 진정이 안되고 ..

 

근데.. 지금의 올리브와 이 남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방 니 방 하면서 양쪽방을

넘나들고 있었고 오늘 어디서 잘건지 .. 

물어보고 재차 확인하고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친구처럼 사는것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인것을..

 

이렇게 살기로 맘 먹고 나면서부터 난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중얼거렸고

지금의 평화와 만족과 행복을 껴안고 사는걸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가슴 콩당거리는 설렌 짠~~한 밤은 아니지만 ...

 

잠깐은 누워서 눈이라도 맞출수 있는 이 탈출구에 협조해준 이 남자가 근육 빵빵한

뽀빠이가 될 희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건 내게서 유일한 올리브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남자가 뽀빠이가 될수는 없겠지만 올리브는 아직 그 꿈을 버리지 않기로 했다..

 

올리브가 글래머가 될수는 없는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