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의 몸살.
어제 아침의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준비 하려고 슈퍼로
눈을 비비면서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관리하는 자판기에 누군가가 술집 광고
포스터를 그것도 풀로 쫙 붙여 놓았다.
커피향기가 그윽한 나의 커피자판기가
술 냄새가 그윽하게 찌들어 있었다.
" 에고 어떤 녀석이 내 자판기에 이렇게 ...."
난 아침시간을 자판기에서 술냄새 나는
광고지를 지우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테이프로 붙여 놓았더라면 다른 벽보에라도
가져다가 붙여 줄건데 아주 풀칠을 해서
손쉽게 지우기는 영 틀린 것 같아서 수돗물로
계속 부어서 포스터를 불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야무지게 부착이 되었던지 깨끗하게
지우기란 쉽지가 않았다.
짜증도 났다.
화도 났다.
만약에 그가 내 옆에 있었다면 아마도
강력 본드라도 가지고 와서 그의 옷에다
술집 포스터를 쫙 ~~ 붙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시간 동안을 2개의 포스터를
깨끗이 지우고 나니까 어깨도 아플쁜 더러
수도요금이 너무 아까웠다.
하지만 커피향기가 그윽한 자판기는
깨끗한 옷을 입고 나를 반겨주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디서든지 포스터 광고 지를
지우기 위해 공공근로자들이 힘들게 지우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런 생각없이 한 행동 하나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힘들게 할수도
있을 것이다. 내 자신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일이 한번 쯤은 있었으리라.
하지만 앞으로는 무슨일 이든지 행동에 앞서 한번 더
생각하고 남에게 피해가 주는 일이라면
절대로 내게 이익이 된다고 한들 하지 않으리라고
마음 먹어 본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오후일을 시작한다.
2000년 5월 19일 금요일 오후
커피향기 그윽한 자판기 옆에서 베오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