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정 선산이 사깃군에 의해 팔려서 아파트가 들어선다
부모님 산소를 급히 이장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수소문 끝에 신설 공원묘지를 찾아내었고
장녀인 내가 결단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지금 내 아버지 산소 옆에는 내 생모의 산소가 있다.
1950년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의 산소는 아버지 생전에
나의 외가 뒷산에서 옮겨오셨다.
나의 친정은 딸만 8형제인데 내가 맏딸이다.
막내를 빼고 모두 결혼하였다.
문제는 산소를 옮기는데 당장은 산소 둘을 옮기면 되지만
지금 생존해 계신 계모의 산소도 마련해야 한다.
이 일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내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마음뿐 내겐 무리였다. 이럴때 쓰는 말이 출가외인! 이다.
산소 하나에 370만원이(싼편) 들고
이장하는 비용이 더 들 예정이라고 한다.
내 생모의 산소에 드는 비용을 내가 담당하고
지금 어머니와 아버지 산소를 마련하는 모든 경비에서
막내는 결혼 안했으니 빼고 7형제이므로 7분의1을
더 보태어 담당하겠노라고 했다
잠시 전에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생존해 계신 계모께서 그렇게 하지말고
모든 형제가 동일한 금액으로 부담을 하라고,
어머니의 뜻이니 그리하라고 전해왔다.
감동했다. 그저 단순히 돈을 적게 내도 되어서가 아니다.
지금 내 동생들은 나의 어머니를 전혀 모른다.
지금 이시대에 살기가 각팍한데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의 전처의 무덤을
위해 부담을 한다는 말이 될법이나 한 말인가?
아버지 생존해 계실 때 내 생모의 묘역을 옮겨 오는 일에
지금의 어머니(계모)의 찬성이 없이 가능했을까?
그때 아버지는 돈이 많아서 그 일을 하셨을까?
자녀들 딸 8형제를 키우고 가르치면서 하루도 넉넉한 날이 없으셨다.
그 힘겨운 와중에 내 생모의 산소를 옮기셨다.
가정의 역사성! 그리고 죽은이의 씨앗인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의 근거를 소중히 여기셨기 때문이다.
딸들에게 심어주신 가족공동체의 연대성과 핏줄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신 내 아버지 그리고 지금의 어머니를 존경한다.
그리고 이 일에 최선을 다해 도리를 하도록 격려한 남편에게 감사한다.
동생들도 모두 시집간 출가외인들인데 남편들에게 대접받고 산다고
생각되어 자랑스럽다. 그 비용을 불평없이 감당하겠다니 말이다.
어찌보면 죽은지 50년도 더 된 유골을 옮기는게 그리 중요한가?
내가 죽은 후 그 산소를 누가 돌볼 것인가? 아무도 없다.
나의 생전으로 모두 끝나는 일이다. 부모 산소도 제대로
돌볼 수 없이 분주히 사는 시대에 누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에 간단 말인가? 그것을 내 자식들에게 요구할 수 있겠는가?
어찌보면 낭비에 불과한 것 같은 돈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돈보다 우리의 존재가 소중하며
돈보다 인간의 마땅히 걸어야 할 대도를 가르쳐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딸만 있는 집은 대가 끊긴다고 하지만 우리안에 흐르고 있는
가족애의 끈끈한 사랑은 나의 부모님이 심어주신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