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려댔다..
늘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내가 받곤했지만 저녁대신 맥주를 먹겠다던 내 남자땜에
막 골뱅이 무침을 만들어대느라 내 남자가 받았다..
'' 네... 맞는데요.. 네.. 잠깐만요..''''
'' 누구야? ''
'' 니.... 잘난 남자들.. ''
또 꼬였어.. 골뱅이에는 양파가 들어가야 한다고 툴툴대길래 양파 없으니깐
그냥 먹으라고 쏘아댔더니 벌써 티내고 있었다..
'' 응.. 나.. 진짜 오랫만이다... 누구누구 있는데? 정말... 좋겠다..
거기 어딘데? 인천이라구? 나 . 맥주 마신다.. 다 온다구? 여기로? ''
모처럼 다 모였다고 한다.. 결혼후 유학갈 예정인 남자애 송별회땜에 모였다고
했다.. 아.. 갑자기 남자애들이 보고싶어졌다.. 아니 그리운건지 맘은 벌써
걔네들한테 푹 빠져서 한명씩 안부 물어가며 일일이 다 대답해주느라 정작
내 옆에서 삐죽대고 있는 남자가 퉁해 있는걸 눈치채지도 못했다..
결국 내 반김에 남자애들이 여기 일산까지 오겠다고 통보하던 날 ...
난 모처럼 늦은 외출준비를 서둘렀다..
3년만에 해후하는 남자애들이 궁금도 했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 조금씩
삭막했었던 만남들땜에 맘이 급해져서 황급히 먹다남은 맥주를 털어넣고
아직도 삐딱한 자세를 유지하는 내 남자한테 최후 통첩을 내렸다..
'' 알지? 저번에 봤던 우리 남자애들.. 걔네들이 여기 온다네.. 나 본지 오래되서
보고싶다고... 나 나갔다와도 되지? 뭐 쬐금 늦을것 같네.. 지금 시간이 늦어서..
거기서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깐.. 맥주 마저 마셔.. ''
그리곤 재빨리 지금의 숨막히고 빡빡한 분위기가 싫어서 서둘렀다..
남자애들은 그대로 있어줬다.. 걔들도 한결같은 내 모습이 좋다면서 반갑게 맞아
주었고 정말 모처럼 예전의 학교 다닐때의 시간이 다시 있어준것 같아서 좋았었다..
맥주를 마시며 떠들어대다가 다들 뿔뿔히 걔네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으로 되돌아갈때
난 어쩐지 내가사는 공간으로 되돌아가기 싫어졌다..
'' 야.. 늦었네.. 근데 우리 다른데가서 좀 더 먹자... 넌 안되지? ''
'' 야.. 왜 안되냐.. 나랑 사는남자가 모처럼 재밌게 놀다가 오랬어.. 그러니깐
아까도 니네랑 전화 하는거 알고도 아무말 안했지... ''
아이고.. 난 잘난척 하느라 맘에도 없는 얘길 해댔고 남자애들은
'' 정말 멋진 남자다야... ''
다들 감동 먹어서 우리 몇명은 자릴 옮겨서 다시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억앓이를
꺼내들었다..
시간은 담 날로 옮겨졌고 어쩔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반가움과 현실에 대한
적응을 위해 날 바래다 주면서 하는말..
'' 반가웠다.. 자주 만나진 못해도 늘 건강해라.. 너그러운 니 남자한테 고맙다고
전해주라.. 너 볼수있게 해줘서.. 너 괜찮니? 좀 늦었다.. ''
'' 그래.. 잘... 가...''
남자랑 여자랑 살면서 가끔은 예전의 내 모습을 기억해주는 고마움에 그들이
가끔씩 보고프고 생각날때가 있었다..
다들 똑똑한 바름으로 내게 사랑을 보여준 남자애들과의 하룻밤을 겪고 보내주면서
가물가물 떠오르는 남자애들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그 후 난 내 남자맘 다독거려 대느라 고역이었지만 그 댓가로 치뤄낸 내 작은
기쁨을 내 남잔 알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