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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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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랑을 덜 받고 떠난 사람한테..


BY 올리브 2003-06-30

간호대를 막 마치고 신졸 간호사라는 직함으로 새 가운과 새 신발과 새로운 맘으로 병원

건물에 들어서면서 일하는 부서는 달랐지만 힘들고 어색하고 낯설은 이론과 간호행위에

대한 혼돈으로 막막해서 답답해할때 서로에게 든든한 애인이 되어주었던  동기가 있었다..

 

그것도 외모부터 서로 확연히 다르고 취미와 관심사가 달랐던 우리 세명의 여자들은 병원

에서도 서로의 근무시간을 맞추는 노력을 해대며 유난히 끈끈한 우정을 쏟아부었고

그래서 서로에게 힘이되어 주던 간호사 였었다..

 

회식이 있거나 근무시간이 맞을때면 서로 세명이 늘 같은 자리에 모여있어서 병원직원

들도 우리의 등장에 대해 누구나 다 알만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우리 여자들의 맘에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의사들의 근무기간은 보통 한달 간격으로 이루어졌는데 한 친구가 근무하는 병동에 다른

선생님이 오셨고 나와는 근무땜에 부딪힐일은 없었으니 관심이 없는건 당연했다.

 

그러다 내가 근무하는 부서에 그 선생님 담당 환자가 입원했고 드레싱을 같이 하다가

어쩐지 좀 거칠게 드레싱 하는것에 맘이 상해가고 있을때 처치후 예의상 하는 수고했다는

말도 서로에게 하지 못하고 삐죽 가버리는게 불쾌했었다..

 

다음날 난 친구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투덜댔고 맞장구라도 쳐줄 줄 알고 기다렸더니

친구 하는말 

 

'''''''' 어.. 아닐텐데.. 그때 뭐 기분 안 좋았나?  난 좋던데.. 잘 해주거든..

         환자나 우리 간호사들도 좋아해.. 장난도 잘 치구.. ''''''''

 

'''''''' 그러냐?  암튼 난 별루다..''''''''

 

그리고 얼마후 회식이 있었고 같은층 회식이라 그 선생님도 참석했는데 내 친군 오후

근무 끝나고 오느라 많이 늦었었다..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될 자리였는데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함박 웃음과 함께 '''''''' 안녕 하세요..'''''''' 하며 특유의 미소로 인사했다..

그리고 내 옆으로 와서 앉을줄 알았던 친구는 그 선생님 옆에 자연스럽게 앉더니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무슨 얘길 그렇게 하는지 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난 그날 첨보는 친구의 모습에 혼돈이 왔고 어쩐지 친구에게 일어난 일들이 많을것

같다는 상상으로 너무나 궁금해져왔다..

 

다음날 우리 세여자는 오후근무가 끝나고 저녁도 못먹고 바빴던 그 날이 억울해서

맥주한잔씩 떨구어 넣으며 내가 궁금했었던 것에 대해 물어볼 작정했다..

 

'''''''' 너 .. 그때 왜 그랬어? 무지 친해보이더라...''''''''

 

'''''''' 나 그 선생님한테 관심있어.. 잘 생겼지? 귀엽고..''''''''

 

역시 걔다운 대답이었다..

 

'''''''' 그래 그렇긴 한것 같은데.. 그 선생님 애인 있잖아..''''''''

 

'''''''' 나도 알아.. 근데 지금은 아니래..''''''''

 

'''''''' 야.. 너 그걸 믿냐? ''''''''

 

'''''''' 얼마 있다가 다시 갈 사람인데 너 괜찮아? ''''''''

 

'''''''' 가고 나서도 만날수 있어..''''''''

 

어쩌냐.. 친구는 꿈꾸는 아이처럼 눈에 반짝반짝 빛을내며 말하는데 난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도 친구는 맘속에서 가끔씩 어지럽히고 있는 그땐 내가 이해할수 없었던

가슴앓이를 하느라 곤혹스러워했고 선생님이 떠나고 나자 병원을 그만두면서 공부가

하고싶다며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해줄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가끔씩 만나서 우울해하는 친구를

안아주는 일이었다...

 

그러다 친구는 다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어릴적 첨에 만났던 남잘 다시 만나

결혼해서 나랑 가까운곳에서 살고 있었다..

 

남자랑 결혼해서 아이랑 살면서 그때 그 선생님 얘기도 가끔 하곤 했지만 난 그때처럼

맘 아파하지 않는 친구가 보기 좋았었다..

 

그러다 다른 친구한테 전화가 왔었다... 유일하게 의사 간호사 커플로 만나서 결혼하고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친구 전화는 날 잠깐 허망하게 해줬고 난 잘못 들은것 같아서

재차 확인했다..

 

'''''''' 너 .. 그 선생님 알지? OOO 선생님말야.. 그 선생님 지난주 자살했어.. 애인이랑

   여행 갔다가 교통사고 당했는데 한쪽 팔 기능이 완전히 망가졌대..

  우리 신랑한테 들은거니깐 믿어도 돼... 많이 비관했나봐..''''''''

 

그 선생님의 조금은 장난기스런 웃음이 갑자기 떠오르다 내 친구 얼굴이 떠올라서

다시 난 친구에게 전활 걸었다.. 친구는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 어... 그래? 그랬어? 안됐네..''''''''

 

그러다 끝말을 더 잇지 못하고 침묵이 흘렀고 난 그제서야 괜한 말을 한것 같아서

잠깐 후회가 밀려들었다..

 

'''''''' 그냥.. 나 좀 갑자기 니가 생각나서.. 괜찮지? ''''''''

 

서둘러 전활 끊고 나니깐 나랑은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내가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땜에

찬구한테 너무도 미안해졌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람이 이 세상에 이젠 없다는 말도 안되는 사실이 어쩐지 난 미안해

졌고 아직 사랑을 덜 받고 떠난 사람들땜에 맘 한구석이 싸 해져와서 똑바로 서 있을수가

없었다.. 그러다  멍청하게 밖을 쳐다봤다..

 

거기에 친구가 힘들어 했었던 시간이 있었고 아직도 사랑을 나눠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