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한낮의 땡볕을 피해
짧은 휴식을 즐기고 있는 엄마의 팔베개에 누우면
현란한 무늬의 싸구려 티셔츠에서
땀냄새가 가득 풍겨왔었다.
그것은 어디에서도 맡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을 향기이면서
최고의 향수이다.
늘 잊고 살다가
이렇게 오늘처럼 비가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어진다.
아프다는 소리가 듣기싫어서,
항상 열심히 살아라는 소리가 듣기싫어서,
아끼며 살라는 소리가 듣기싫어서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메마른 마음인데,
촉촉히 스며든 습기를 핑계삼아 오늘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엄마의 다리는 아팠고
여전히 나에게 별일이 없으면 됐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가슴은 또다시 치밀어오르는 알수없는 감정들로 가득차고,
애절한 가락을 핑계삼아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내게 있어 엄마란 존재는
언제나 그 땀냄새로 연상된다.
자식의 앞길이 되어줄 푸른 콩밭에서,
군데군데 피(논의 잡초)가 섞여있는 진흙논속에서,
흘렸던 그 땀방울들은
비가 되어 나를 일깨우고
눈이 되어 나를 잠재운다.
병명도 세가지나 된다는데...
여전히 엄마는 아픈 다리를 끌고
이 비가 그치면 지독스레 일을 할 것이다.
푸른 하늘을 내어주지 않을듯이
내리고 있는 빗줄기는
엄마의 땀냄새로 나를 저 먼 콩밭으로 이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