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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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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 어디로?


BY 흰구름 2003-06-23

 

알람시계 소리가 소금에 푹절인 배추잎 같은 나의 심신을 깨운다.

머리가 깨질듯 해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엉덩이를 쳐들고 엎드려 있는데

벼락같은 남편의 목소리...

" 뭐 하는 행동이야, 아이들 앞에서..."

그제서야 어젯밤 일이 생각난다..

내가 뭐 어때서,

 

어제는 일요일...

화창한 날씨에 아침부터 웬지 모르게 마음이 설렌다..

남편은 토요일 오후부터 테니스 시합에 갔다가  거나하게 취해서 밤 늦게 들어오더니

아침 늦게까지 널브러져 있다..

고2  딸아이  기말고사 시험때라  일찍 깨웠더니 짜증을 부린다..

엉덩이를 툭툭 쳐 가며 살살 달래서 일으킨다..

초2 늦둥이 아들녀석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컴퓨터 한다고  응석을 부린다.

요즈음 들어서 통 말을 듣지 않는 녀석..

책 1권만 읽으면 게임하게 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더니

투털투털 하면서 책도 건성건성 읽는다.

오후에는 어디 나들이라도 갈까?

기말고사라 책과 씨름하는 딸아이 기분을 생각하니 그것도 안되겠다

올해 대학 간 큰 딸아이에게 전화를 건다..

목소리에 힘이없다..

"왜그러니?..''''"

"머리도 아프고 기분도 안좋네..."

푹 쉬라고 토닥거리며 옆에 있어 주지 못함이 또 안타깝다..

점심녘이 되어서야 일어난 남편,

국수 한 젓가락 먹더니 또 운동하러 간댄다..

자기가 건강해야  우리집이 웃음꽃이 핀다나.. 어쩐다나..

마음먹고 카페트를 욕조에 쑤셔 넣고 발로 밟아댄다...

시커먼 물이 하얀 물로 바뀔때까지 사정없이 밟는다..

마음 속의 찌꺼기가  버리는 물 속에 융해되어 쓸려 나간다..

어느덧 해질녘...

비빔밥으로 저녁을 준비해 놓고 있는데..

남편, 또 술 한잔하고 온다는 전화를 한다..

아들녀석 바깥에서 노느라  들어 올 생각도 않고.. 딸아이 입맛 없다고 짜증 부리고...

나 혼자 비빕밥을 꾸역꾸역 쑤셔넣는다..

마음 속에 화산이 구석구석에 모여 있어 활화산이 될 구멍을 찾느라

온 몸이 근질근질하다..

냉장고에 넣어둔 소주 반병 꺼내 놓고

한 잔.... 마음 속이 쏴아..하다..

두 잔.... 온 몸이 짜릿하다..

석 잔.... 화산이 자글자글거린다...

몸을 가누지 못해 동그마니 누워본다..

언제 다가왔는지 딸아이..

" 우리 엄마 왜 이렇게 작아 보여...

  아빠는 또 술 마시고 오신대지.. 나는 공부 하는게 무슨 큰 일이라고

 짜증만 부리고.. 동생은 또 저렇게 말도 하나도 안 듣고..

 울 엄마 스트레스 엄청 받아서  이렇게 왜소해  졌나  봐..."

내 마음을 알아주는 동지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속의 화산이 폭발 할 곳을 찾아 분출된다...

소리내어 어엉 울어 버렸다..

 단아한 이미지의 나를 버렸다.. 이 순간만큼은..

딸아이도 같이 울고..

언제 들어 왔는지 아들녀석 영문도 모른채 같이 따라 울고..

그렇게 술 먹고 울어서 얼굴이 벌개져 있는데 남편 들어와서

내 모양 보더니 화부터 낸다..

생전 안하던 짓을 하다니....

들어가서 자라...

 

그렇게 아침이 되어서  나를 보더니

아이들 앞에서 무슨 추태(?)냐고 화부터 내는 것이다..

내가  왜 그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기분부터 물어 봐야 되지 않냐고..

그런데 다구치기만 하면 말하기 싫어.

과정없는 결과가 없다고  이 기분 다독거려 주기부터 해야 하지 않냐고..

내가 무슨 잘못했냐고.. 내가 뭐 어때서..

그렇게 화 낸다고 내가 눈치 보기나 할까봐..

물 먹으려고 주방에 오길래 컵을 주었더니 받지도 않고 자기가 꺼내며

한 마디 말도 않고 그렇게 출근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는데

이 마음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