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볕이 눈이부시게 사랑스럽다.
가을의 물을 흠씬 들이키고 내뱉어 놓은듯이....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집건너에 조그만 텃밭이
눈에 세심하게 들어온다.
쓰레트지붕 재료로 썼던 연푸른색의 커다란 지지대가 사방에
둘러쳐진 그 조그만 텃밭은 누가 주인인지 알수는 없지만
참으로 곱고 순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가꾸었을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내가 그녀를 처음본것은 여름이 한창이던 칠월무렵이었으리라.
그곳은 원래는 동네 쓰레기버리는 곳이었다.
그것도 밤에면 몰래 양심잃은 사람들의 전용쓰레기장이었던것을
어느날부터 그녀가 그곳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뒤 악취가 진동하던 쓰레기장은 가끔 그녀의 땀섞여
헉헉대는 소리와함께 푸른 텃밭으로 변해갔다.
여름이 한창이던 새벽이면 쫘아악~~~물뿌리는 시원한 소리가
나의 잠을 저만큼이나 떨어뜨려놓았었다.
그럴때면 난 넋놓고 한참씩 그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다본다.
참 좋다.....보기만해도...
그녀는 나이가 사십 중반쯤되어 보인다.
가꾸지 않아 조금은 헝클어진 머리에 낡은 티셔츠와
바지차림인 그녀는 나의 무더운 여름아침을 그렇게 시원스레
열어주었었다.
고마움...
이젠 수확의 계절인가?
그녀도 여름내 그녀가 정성들인 푸른잎들을 따가겠지..
그리고 아침밥상에 저녁밥상에 그녀의 정성을 한껏 올리겠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상상되어져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하지만, 이렇게 맑은물 또옥 또옥 떨어지는 가을날..
제발...이 가을이 길기를...
여름내 나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꽉채운
그 푸른텃밭을 오래볼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아름다운 그녀...
그녀가 내 여름을 시원하게 열어주어서 고맙고 맛이난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직접 대놓고 말할 용기는 서푼도 없으므로
이렇게 그녀가 볼수없을지도 모르는 글을 써본다.
푸릇푸릇한 잎들이 쓰레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