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는 날이면 마음이 괜시리 심난해지면서도 그치는 비가 야속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아침에 내리던 비는 오후늦게서야 그치기는 했지만 시원스럽지가 않아서인지 마음만 더
흐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작은아이는 비만 오면 학원에서 형이 선물받은 하늘색 우산을 쓰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데신 큰아이는, 살이 한 번 떨어져서 꿰맸지만 그래도 좋다며 새 우산을 마다한 듬직한
아이랍니다. 다른 것은 욕심이 있는데 우산만큼은 낡은 우산을 고집하는건 왜일까요?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그래도 뽀얗던 남편의 얼굴이 이젠 까맣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기름때가 옷에 묻어도 금새 닦을 필요가 없고, 땀줄기가 얼굴을 타고 내려와도 기름묻은
장갑으로 훔쳐내어도 누가 뭐랄 사람 없는 그런 일을 하는 남편이 때론 지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여질때는 괜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밝고 건강하게
잘 커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좀전에 내가 했던 생각은 금방 잊혀지기도 합니다.
가끔 큰아이는 말합니다. "엄마,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해?" "............" 아무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럴 형편이 안된다는 말은 차마 아이에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현기증이 나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가끔 절 힘들게 하는데.. 바보처럼 저녁시간에
남편에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입이 너무 가벼운 제가 순간 밉기도 했습니다. 쓰러지지
않았기에 다행이니 말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남편은 절 안쓰럽게 바라볼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10여년 동안 건강하지 못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은 늘 그렇게 말없이 안쓰러워 합니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오래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차에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달리는 그에 마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전 너무도 잘 압니다.
그는 욕심이 없습니다. 다만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아내와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이기를
바랄뿐입니다. 아니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없는자를 위한 나눔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