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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어느 날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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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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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38


BY 녹차향기 2001-01-02

인생을 초월한 듯 쓰다,달다 표현을 삼가하며 나에게 주어진 현실에 만족을 하며 가진 것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오는 사람 막지 않으며 가는 사람 보내지 않는다는 자세로 수도승처럼 겸허하게 사는 삶....

인생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어떤 곳에서든 성공, 아니 성공은 아니더라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선까진 지칠때가지 뛰어 내가 처한 곳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삶....

님들은 두가지 삶 중에 어떤 삶의 길을 걷고 계신가요?
걸어오신 길 중에 어떻게 살아가시는 분들의 삶에 감명을 받으셨었나요?
아직 나이가 한창이신 분들은 어쩜 후자를 선택하실테고 중년을 훌쩍 넘어가는 분들은 전자를 선택하셨을 지도 모르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단 한 번 뿐이기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그런 사실들을 잊고 마치 영원히 계속 살 것처럼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미련을 갖고 욕심부리기에 끝이 없지요.
누군가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따뜻한 한 마디 말보다는 내 자신의 이야기를 떠벌리기에 바쁘고 함께 이 땅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배고픔보다는 내 한끼 밥에 더 혈안이 되어 그렇게 살고 있는거지요.

다시 1월입니다.
또 1월입니다.
다시, 또 라는 말을 쓸 수 있음은 기존에 나에게 주어졌던 시간들이 많았다는 의미일까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어떤 기준들에 의해 날짜가 바뀌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흥분을 하곤 하지만 어김없이 해는 떴다가 다시 지고 또 다시 떴다가는 다시 서쪽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지요.

언젠가부터 행복한 그리고 아름다운 죽음을 계속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감는 눈이 편안할까?
를 늘 삶의 화두로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감는 눈이 편안할까요?

1월의 새 달력엔 백두산 천지에 흰눈이 소담스레 쌓여 하늘과 천지연못과 하얀 눈이 혼연일체가 된 듯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져 있어요.
저 아름다운 자연에 태초에 사람도 그 일부였을텐데....
한 점 옷을 걸치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기대 잠을 자고, 아무 먹을 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며 삶을 영위하는 그런 태초가 있었을거라고 짐작을 해 보지만 그때 그 사람들도 욕심 때문에 죄를 저질렀을까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 인사를 건넨 시간에서 벌써 48시간이
흘러왔다는 것이 믿기기나 하세요?
이렇게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때문에, 세상은 더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기만 하고 언제 변변한 시간을 내어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에게 주어진 삶이 어떠한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건지.....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생각도 못 하고 물결에 밀려가듯 저절로 떠밀려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일주일 후 내 앞의 삶이 끝난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있을 것인지...
만약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인생의 어떤 시점으로 되돌아 가고 싶으세요?
그 사람을 만났던 일?
그 사람과 헤어졌던 일?
그 기차를 올랐던 일?
그 기차에서 내렸던 일?

헤어지기로 결정했던 일?
만나기로 결정했던 일?
마음이 가는대로 했던 일?
마음이 원치않았지만 억지로 참고 했던 일?

순간 순간 어떤 결정을 내렸어야 할 때마다 우린 삶의 두 갈래 길에서 잠시동안 양 쪽 길을 내려다 보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했었겠지요.
그래서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요.
지금 앉아 계신 곳, 님이 원하셨던 곳 인가요?

흰 손을 건네며 악수를 하고 그와 헤어져 총총히 돌아섰던 그 밤하늘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며 가끔은 베개에 눈물을 적시고 계신 건가요?

누군가에게서 가슴에 칼처럼 꽂히는 그 말 때문에 격앙된 자신의 감정
이 목구멍에까지 치받아 서러움에 울던 그 날이 잊혀지지 않으신가요?

나에게 주어진 삶...
우리에게 놓여진 삶...
인도사람들은 어떤 불행이 닥칠 때 이렇게 생각한다더군요.
'그래. 이 일은 이미 수천년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이야. 그래 놀랄 것 없어. 본래 이렇게 되어 있기로 정해져 있었으니깐...'
힘들 때마다 인도사람이 되기로 했었지요.
이미 그렇게 수천년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삶에 스스로 굴복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되돌아 보면 그렇게 하기를 잘했다 싶으면서도 또 한편 가지않았던 숲속의 그 한갈래 길이 잊혀지지 않는 법이죠.

지금 오늘 이 순간,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걸까요?

아주 오래 길을 걷다가 휘이휘이 올라오는 먼지를 수건으로 탁탁 쳐내며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따라오는 솔내음을 맡고 싶어요.
그 길 어디서쯤 잠시 쉬어가며 새소리도 듣고, 샘물도 한 모금 마셔야겠어요.
가는 길 어디에서 좋은 친구와 말벗도 하고, 또 어디서쯤 그 길을 열심히 걸어가야 할 이유로 작은 아이들이 생겨나지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고, 어느 흐린 장마가 계속 되어 진흙창에 빠지며 걸어가야 할 때도 있겠지요.

그 가는 길에 자연히 머리가 희고 등이 굽어오고 얼굴이며 손에 잔주름이 생기고 검버섯이 생기지만 자랑스런 휘장으로 달고 가야지요.
그러다 문득 힘에 겨워 쓰러지면서 내 걸어온 길이 참 좋았고, 내 걸어오는 동안 만난 친구들이 소중했으며, 걸어오는 내내 아이들이 함께 있었음에 감사하고 싶어요.

다시 1월입니다.
또 1월입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 중간 어디쯤이겠지요?
솔내음이 나고, 보드라운 흙이 다리를 감쌉니다.
오늘은 하얀 눈도 펑펑 내려주었고요.
걸어가는 길 어디쯤에서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도 아름다운 축복이지요.
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2006년,2007년,2008년.......
어디서쯤 님은 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10년쯤 후에?
아이들이 다 크고 나서?

어디서고 우리를 준비해 놓고 따로 기다리고 있는 행복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이순간에
행복해야만 해요.
너무 힘든 어느 날이라면 그 지친 영혼을 잠시 무릎에 내려놓고 목놓아 꺼이꺼이 울어버리세요.
고단한 삶을 잠시 뒤로 놓고 하늘을 한 번 보세요.
맑은 바람을 느끼고,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세요.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까요..


1월 2일을 접으며...

모두 평안한 밤 되세여.
연휴기간 동안 무척 고생들이 많으셨지요?
이제 푹 쉬시며 하루의 고단을 벗어던지세요.
따뜻하게 이불 덮으시고요. (오늘 밤이 젤로 춥대여...)
그럼, 안녕히 주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