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여 집에 돌아온 나는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아이들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도 공손히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하는 놀이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아빠에 대해 무관심한 아이들의 행동에 은근히 화가 났고 이어서 큰소리를 내다보니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평소 아이들의 행동과 습관들을 낱낱이 지적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급기야 회초리를 손에 들었다.
아이들은 화가 잔뜩 나를 보면서 겁을 먹었고 눈치 빠른 딸아이는 컴퓨터를 끄고서
자신의 방으로 피신을 하였고 동생인 아들녀석도 덩달아 난장판인 자신의 방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겁을 먹은 아이들을 가만 둘 내가 아니다. 나는 방에 들어갔던 아이들을 거실로
불러냈고 회초리를 흔들며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나의 화살은 먼저 딸아이에게 갔다.
"너는 중학생이 된 녀석이 집에 와서 하는 일이 뭐야?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
고개를 숙인 딸아이는 아무런 반응이나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저 불만스런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기만 하다. 이번에는 아들녀석에게 화살을 날릴 차례다.
아들녀석의 눈을 보니 잔뜩 겁을 먹은 눈초리다. 녀석은 딸아이에 비해 나이가 좀 어려서
그런지 쉽게 겁을 먹기도 하지만 상황이 끝나면 금새 평소의 모습을 되찾는다.
"예총이 너! 아빠가 그렇게 정리정돈을 하라고 했는데 방이 그게 무슨 꼴이야! 자고 나면
이불은 왜 정리하지 않고 몸만 빠져 나오는 거야!"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되어 아이들에게 자신의 방과 물건들을 정리정돈하지 않는 것을
트집잡아 큰소리를 치고 말았지만 예전에도 나는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는 아이들의
습관을 이유로 몇 번이나 화를 내면서 주의를 주곤 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혼을 낼 때만 잠시 정리정돈에 신경을 쓰다가 하루가 지나면 언제
혼이 났는지도 기억조차 못하고 각자의 방과 물건들은 폭탄을 맞은 듯 엉망이다.
바쁜 아내가 가끔 아이들의 방을 정리도 해 주지만 아내 역시 정리정돈을 외면하는 것은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
수건이나 옷을 문고리에 걸어 놓은 것은 예사의 행동이고 퇴근 후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지도 않고 침대에 팽개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정도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내에게 몇 번이나 큰소리를 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나도 점점 면역이
되는지 눈에 거슬려도 한숨만 내쉬고 만다.
아이들이 정리정돈을 안하는 것도 아내의 유전적인 요소 때문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가끔
이웃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여 아이들의 방을 보아도 정리정돈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예전에 내가 자랄 때와 다르게 가진 물건들이 많아서 그런지 방은 벗어놓은 옷과 잡다한
물건들로 어수선하기만 하다.
요즘 아이들은 정리정돈에는 관심도 없고 소질이 없는 것을 보면 나는 부모들의 탓이라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물건을 잃어버리고 와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새로 사주는 걸로
해결하거나 부모들이 나서 아이들의 방을 정리해 주거나 심지어는 학교까지 나가 아이들의
교실을 청소를 하는 행위가 아이들의 자립심과 장래에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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