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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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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들이


BY bjs7667 2001-09-14


미덥잖은 운전실력이 영 마음에 걸리는지
아침부터 그이는 "괜찮겠어?"를 연발했다.

아는분으로부터의 전시회 초대를 받은게 며칠전.
차로 한시간거리의 지역인지라 모처럼 혼자 운전해서 다녀오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그이의 걱정이 태산인거다.

맑고 파란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구불구불 이차선 길옆의 높은산!
아들이 꽂아놓은 테잎을 밀어넣자 옛날 비틀즈의 노래가 다른사람 목소리를 통해 나온다.
"와우!!!"
"어쩜! 너무 좋은 날씨에 이풍경!"
옆에 동행하신 최화백님은 긴머리의 고개를 연신 흔드시고,
운전대의 내손은 장단을 맞추고...
운전실력 같은건 잊어서 접어놓은지 오래다.
TV속의 우울함(테러사건)도 잊을 것 같았다.
아직은 초록으로 남아 싱그러움의 극치를 재고있는 산의 푸르름이
맘까지 맑게 해 준다.

고장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향토서화전"이었다.
내눈에는 모두 훌륭해 보이는 그림과 글씨들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화와 서양화를 접합시킨 그림을 보면서 상상력의 무한대를 실감해 보기도 하고,
나이 많이 드신 여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며
시작은, 생각했을때하면 아무때고 늦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희망을 굳혀보는데
한결 수월해진 기분이다.

오는 길에 초대해주신 분이 산속의 호텔 커피숍에서 커피까지...
호텔 사장님의 선처로 호텔 객실까지 구경했는데,
하루 투숙료가 십오만원이라나?
어떤사람들이 와서잘까? 하는 생각에 꼬리를 무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나와는 다른세상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 엿본 기분이든다.

오후세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한 나를 그이는
잘 다녀 온것이 신통방퉁 하다는 듯 웃으며 반긴다.
깁스한 다리 불편해 하면서도 하루종일 마누라 놀다 오라고 가게 봐준 그이가 너무 고맙지만 말로 표현은 안했다.
말로 안해도 알 수 있는게 우리사이니까...

가을 단풍이 산을 덮으면 그이와 멋진 드라이브라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