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사망 시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처리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3

때묻은 아침의 설경


BY 빅토리아 2001-01-02




어젯밤 그토록이나 추워하면서 산고의 진통을 겪더니
새벽에 일어나니 눈을 낳았네요
아파트 주차장에 하얗게 눈이 내려
차들이 눈을 다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그토록이나 아름다운 눈들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때묻은 어른의 눈에 보이는 설경
우찌야 쓰까요

어릴때는 그토록이나 천진스럽게 하얗게
내리는 눈에 탄성을 지르면서
동네로 뛰어나가고 변변이 없는 썰매를 만든다고
동네애들이 모여 얼기설기 엮어대던 즐거움도 있었지요

저는 고무다라이를 가져다 탔고 또 비료푸대정도로
만족을 했지만요
이제는 차를 굴려야 먹고 살게 되다보니
아침에 내린눈들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네요

구미까지 통근을 해야할 우리 동상은
눈이 이렇게 내려 얼어버리면
택시도 못타고 어떻게 통근을 하는지...

우리 아파트 베란다 앞은 산업도로랍니다
군산 외항 공단에서 물건을 실은 트럭들이
자동차를 실은 탁송차가...
하루면 수도없이 들고날고하죠

그래서 산업도로 2차선은 도로가 그 무거운 차들로인해
울퉁불퉁하게 들어간 부분도 많아요
그 차들을 볼때마다 이런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렇게 눈이쌓이면
차를 굴리지 않고 쉬어도 되고 택시를 잠시 타도
되지만 저렇게 장거리를 죽기로 달려야하는
탱크로리, 탁송차, 등등.....
저런분들은 얼마나 고달플까...
운전대 앞에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고 써있던 문구가 생각이나네요
가족들이 얼마나 집에서 아빠를 걱정할련지....

베란다를 내다보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열심히 달리는 차들이 보여요
저는 그저 눈오는 거리운전은 딱 질색이라
정말 안타까운 맘으로 그들을 내려다봅니다

이제 눈이오면 강아지까지 꼬리를 흔들고
기뻐 뛰놀던 그 순진무구한
동심의 아름다운세계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니
이 때묻은 나의 정서를 어쩌야 합니까

손에 시집을 들고서
" 시몬 너는 아느냐 저 낙엽타는소리를..."
하면서 고상한 대사를 하면서
한없이 깊은 시의 세계에 빠져
실크드레스 질질 끌으며 털강아지 달린 스리퍼를
천천히 옮기면서 저렇게 아름답게 오신
눈님을 사랑으로 ?션존庸?바라보면서
찬사를 보내지를 못하고
당장에 이동을 하는데 지장이 있어
삶을 걱정해야하는
이 몸빼 아줌마의 생활이 한없이 서글퍼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