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오른쪽 팔꿈치가 조금씩 불편해졌다.
딱히 꼬집어 통증이 심하다거나
그 부분이 붓는다거나 하는 게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지긋이 누르고 싶어지거나
아니면 핸들을 틀 때 가끔 삐끗하다거나 식으로.
처음엔 그저 일시적이려니
내가 어디엔가 부딪혔던 모양이지 생각하며
에어파스도 뿌려 보고 맨소래담 로숀도 발라 보고
더러는 파스도 붙여보며 대단찮게 여겼다.
그런데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또 더 심해지는 상태도 아닌 채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
가끔은 아들녀석더러
'엄마 팔 좀 주물러라'
'옳지!! 그 부분을 꾹꾹 눌러 볼래?'
주문을 해 가며 그럭저럭 견딜만하니 버티고 있었다.
별로 심한 통증도 아닌데 습관처럼 팔꿈치를 눌러대는 날
유심히 지켜 보던 동료가 어느날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병원에 한 번 가 보셔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다가 큰 병 만들기도 하거든요.
아무래도 뼈는 아니고
인대가 잘 못 된 거 아닐까요?'
주위에서 그런 경우를 더러 봐 왔던 터라
정말 그럴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병을 더 키우기 전에
짬을 내어 정형외과로 향했다.
어느날은 '테니스 엘보우'라더니
또 어느날은 '골프 엘보우'라나...
의사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니 내 참 누굴 믿어야 하는건지...
세 번째는 통증클리닉으로 갔다.
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이란다.
오른 팔을 되도록이면 쓰지 말라하니
'오른손잡이'가 갑자기 어찌 안 쓸 수가 있으랴.
글 쓰는 것도 삼가하고
아예 습관적으로 오른 팔을 안 쓰려 노력은 하지만 영 쉽지가 않다.
대체 원인이 뭘까...
곰곰 생각을 해 봤다.
지난 겨울
괜히 아들녀석 닥달한답시고
신문지를 말아 '사랑의 매'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힘껏 몇 대 내리친 뒤로 삼일간 오른 쪽이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만 벌 받은 거야,
죄 없는 아들 때렸다고...'
투덜거리던 녀석의 말대로 벌 받은 모양이다.
병원 가서 물리치료 받는 시간도 아깝고
무슨 주사인지
그 부위에 맞는 주사는 매번 삼만원 가량이나 하고...
결론을 내렸다.
필시 이건 운동부족으로 인한 것이리라.
올봄부터 등산하겠다고 벼르고 별렀건만
이미 여름이 와 버렸으니
더위를 못 참는 내게 이젠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렸고
친구와 함께 헬쓰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둘이 시간 맞추기도 영 어렵다 보니 여태 시작을 못하고...
게다가 헬쓰란 것은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몸소 터득한 후로는 섣불리 시작하고싶지가 않다.
혼자 다니면 심심하고 무미건조하고
남자들 틈새에서 어설프게 하는 것도 멋적고...
이도저도 못하던 차에
누군가 '에어로빅' 하고 싶단 얘길 하는 게 아닌가.
아, 맞아, 내겐 그게 적격이야.
삼십대 때 둘째 낳은 후 불어버린 체중 때문에
주위에서 날 잘 못알아볼 적에 받은 충격으로 시작했던 운동.
그 후로 팔년 가까이 했었는데
대학원 시작하며 뜸 하다가
야간 강의까지 맡다 보니 영영 손을 놓게 되어버렸다.
음악도 신나고
생동감 넘치고 스트레스도 확 풀리고...
이 나이에 이젠 관절에 무리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것 보다야 제일 구미가 당기는 운동이다.
그래,
이제라도 다시 시작하자.
시어머님께서 생일축하금으로 주신 봉투를 들고
옛날 다녔던 곳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느냐고 환영이 대단하다.
함께 다닐 친구들도 네 명이나 있고
젊은이들의 힘 찬 율동을 보며 그 기라도 빼앗아 볼까나...
이젠 몸매를 다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건강을 위해서 뛰는 거다.
어둡고 침체되었던 일상을
에어로빅과 더불어 말끔히 정리해 보자.
아자~아자~~ 아자!!!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
중도에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