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남은 끝자락에서서 어김없이 나는 당신에게 유언장을
남깁니다
여보!
이렇게 올해도 40의 중반을 바라보며 글속에서만 "여보"라는
호칭을 쓰게되어 정말 미안하네요
올해의 힘겨웠던 한해를 보내며
나는 왜 참지못하고 이해하지못하고 사랑하지못하고 폭넓게
당신을 감싸주지 못했던 아쉬움만 남기고 당신곁을 떠나게 되네요
"여보"
내가 좋아하는 찬바람가 함께 당신과 두 아이를 두고 떠나는
마음은 많이 힘이드네요
하지만 당신과 두아이가 더 힘들어할 부분은 시신이 없는 장례식을
치룬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하는생각을 해봐요
하지만 "여보"인간은 언젠가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건
자연의 이치요 성경속에 진리잖아요
내 육신은 연대병원에 기증을 하고요
시신을 쓰고 남는부분은 화장을 해서 북한산에 내가자주가는
그 오솔길에 바람이 많이 부는 어느날 뿌려주세요
"여보"그렇게 많지않은 재산이지만 문갑속에보면
두 아이의 통장이있어요
하나는 큰아이가 아마도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쓰기에 넉넉할거구요
하나는작은 우리공주가 쓰기에 준비된 통장이예요
아마도 깜짝 놀라겠지요???
그러나 늘 준비된 마음으로 살고싶어서 아끼며 모은것이예요
그리고 지금살고있는 집은 팔아서 다른곳으로 내 손길이
닫지않았던 그런곳으로 이사를해요
조금 힘들겠지만 음식은 왠만하면 인스턴트식품은 피하도록하고요
토속적인 음식으로 길들여진 우리식구들
입맛에 맛추도록해보세요
"여보"
내가없는 공간을 절대로 쓸쓸하게 보내지말고 꼭 좋은사람
내가 채울수 없었던 그 공간을 채워줄 짝을 찾으세요
지금은 아이들이 사춘기가 와서 힘들겠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쓴
유언장을 읽고나면 아빠를 이해하리라 믿어요
신앙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꼭 만날수있기를 기도할깨요
결코 나에게 미안한 마음은 갖지말아요
남자는 혼자있는 모습이 보기싫어서 내가 생각한거야
"여보"큰아이의 성격이 좀 내성적이라 걱정은 되지만
속은 깊어 정말 착한 아들이지요
꼭 연대 심방과를 꿈꾸고 있는 아들에게 꿈이 이루어지길
잘 뒷바라지해주고요
예쁜 우리딸 성격이 좋아서 조금은 걱정이 덜돼요
하지만 성격이 지금은 예민한 부분에 있어서 잘 살펴보도록해요
"여보" IMF가 가져다준 충격은 당신에게 너무나 힘든부분이었지요
항상 되돌아보면 좀더 "잘해줄껄" 껄 껄 껄 하면서 후회하며
이렇게 떠나게되네요
"여보"
병원에서 시신을 쓰고 남는 날 장례를 준비하라고 할텐데
그날은 나를 사랑했던 형제와 ...친구....동생들...모두에게
연락해주세요
그리고 죽음을 앞에놓고 힘든부분을 같이 아파해주는 우리 봉사자들
아컴에 제가알고 있는 친구 ..동생들 모두에게 나에 마지막을
바람속에 날리는 날 함께해줄수 있기를 불러줘요
그리고 나를위해 울지말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말해주고요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라고 외쳤던 나를 이야기하며 웃음으로 보내줘요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수 있도록~~~~
당신 정말 고마웠어요
사랑했어요
눈물도 없는 아픔도없는 그곳으로 갑니다
행복합니다
2000년 12월 31일 이세상에 하나밖에없었던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