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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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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조차 하기싫은 그이름, 아버지~


BY cosmos03 2001-09-11

추석도 닥아오고, 여름도 서서히 물러가는지라
장농속을 정리하려 장농문을 여니, 생각보다 옷이 꽤나 있다.
하나하나 꺼내어 펼쳐보니 사 놓고 단 한번도 입지 않은 옷가지들이
있고, 어쩌다 한번은 입어본옷도 있다.
내가, 이 옷들을 뭐하러 사 날랐나?
이렇게 입지도 않고 장농속에 쳐 박아 둘것들을...

거의가 같은해에 사 날른 옷이다 보니...
새삼스레 아버지라는 이름이 원망스럽다.
이젠, 잊자~
그리고 묻어버리자~
마음속으로 다짐 또 다짐을 해 보건만...

어려서 난 아버지께 무척이나 많이 맞?娩?
거의 매일을...
그냥, 아버지 눈에 띄었다 하면 이유불문 하고 두들겨 맞아야만 했는데...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귀뺨을 맞은거 같다.
고막이 나갔고...
그때부터의 귀 앓이...
냄새는 그렇다 해도 그 아픔은 앓아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곪느라고 욱신욱신 쑤시다가..고름이 터져 흐르기라도 할라치면,
흐르는 그대로가 또 내겐 고통이고 아픔이었다.
밤새, 욱신거리는 아픔으러 밤잠을 설쳐본게 몇날인지...
자고 일어나면 벼개밑은 노오란게 마치 송화가루를 반죽해 놓은거마냥
색깔이 노라난게 보기에도 참 안좋았다.

이유는 얼토당토 않은 것이지만...
아버지 자식이 아니고 엄마가 서방질 해서 낳아온 자식이라는
정말로 천벌받을... 그런 이유에서...
아버지라는분은, 결혼후 바로 작은댁을 얻으셧고...
무슨, 장사라는걸 하셧나본데 여기저기 전국적으로 다니신거 같다.
그러며 가시는곳곳에 여자들을 하나씩 두셧는데...
작은 오빠를 밑으로 몇년간은 아예 본댁엔 발걸음도 안주셧다한다.

그 와중에.. 어디서 뿌린 씨인줄도 모르는 내가
어느날 들른 집에 와보니 웬 계집아이가 하나있어 그때부터의 의심...
엄만 참으로 많은 고통을 받으셧다 하는데...
아무리 당신 자식이라고 설명을 드려도 요지부동~
당신자식이 아니라 햇단다.
그 고통의 세월을 엄마는 오로지 하나...
당신속으로 낳은 여식이 6.25 동란때 굶어 죽은게 한이되었는데..
날...당신의 죽은 딸이 환생해 온듯하여 그리도 설움과 핍박을 받으면서도
그 가슴으로 보듬으셧다한다.

중간에 얼핏~ 스쳐들은 이야기라 자세한것은 모르지만...
아무튼, 매도 그럴수 없이 많이 맞?娩?
어서 아버지가 들어와 날 때려주어야만 그 밤을 편하게 잘수있어서.
엄마께 자주 묻곤 했다 " 아부지 언제 들어오셔? "
" 왜~ 아부지 들어오면 뭐하게..."
" 나 졸려 엄마~ 아부지가 얼른 들어오셔서 날 때려야 얼른 자지~ "

그렇게 말하는 나를 엄마는 보듬어안고 우시기도 참 많이 우셧다.
" 엄마~ 울지마.. 나 괜찬아. 근데 엄마가 맞는게 난더 속상해` "
엄마와난... 그저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그렇게 하루하루를 매로
생활해왔다.
아버지, 엄마...모두 돌아가셧지만...
몇년을 괜찬던 귀가 어느해부터 속을 썩히는데...

낮잠을 자는데 날파리가 귀에 들어간거다.
그날은 일요일... 병원문도 안 열었을거 같아 참고..
이튿날 병원에가서 날파리를 꺼내었는데...
고생을 하려고 해서 그런지.
옛날 앓았던, 귀앓이가 또 시작된거다.
일반 개인병원을 다니길 몇달...

차도가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 보라며 소견서를 써준다.
매일의 항생제와 주사...
나중엔, 주사의 부작용으로 엉뎅이 한짝이 곪아가기 일보직전~
고막이 있는 사람은 치료가 쉬운데...
나처럼 어려서 고막을 잃은 사람은 힘들단다.
고름이나 멎으면 수술하자고 하여. 수술 날짜도 몇번을 잡았는데...
번번히 뒤로 미루어야만 했다.
그 고름이 멎질 않아서....
고통의 나날이었다.
모두들, 날 외면했다.
냄새가 너무 심한지라...
남편은 그런대로 참아주었는데... 어린 딸아이는 엄마에게서 똥 냄새가
난다며 날 슬슬 피해다니고...

차라리 죽고 싶었다.
이렇게 살아 뭐 하나~ 싶은마음이 하루면 몇번씩~
그래죽자~
결심을 하고 나니
지독떨며 살아온 세월이 너무 억울한듯 싶다.
먹고 싶은것도 마음대로 먹어보고..
맨날 시장패션의 옷을, 그리고 얻어입던 옷을 조금은 비싼곳에서
사 입어도 보고 싶고하여, 눈에 띄는대로 사 날른것이다.
정장 같은것이야 입을일도 없었는데...
그리곤, 매일을 술로 살았다.
일체의 약은 끊고..
곁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아무런 말이없다.
매일을 옷을 사 날라도...그리고 그냥 장농속에 처 박아 놓아도..
술에 절어있어도...
너, 왜이러냐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바라만 보아주었다.

그렇게 몇달인가도 모르게 시간은 갔고...
어느날~
남편이 묻는다.
" 귀...어때? "
아! 그랬지~ 내가 귀가 아팠었지...?
고름이 멎어있는거다.
신기하게도...
병원엘 쫓아갔다.
의사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수술을 한다해도 또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전신마취에 들어가야 되는데...
아주머니 몸이 너무약해 감당할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사람처럼 간사한 동물이 또 있을까?
아픔이, 냄새가 가시고 나니...
슬그머니 그냥 주저앉게 된다.
그렇다면 굳이 죽어야할 필요도 없는거고...

지금은 한 3~4 년째 잠잠한데...
감기만 들어도, 재채기만해도.. 살 얼음판 걷듯이 조심조심~
그렇게 살고있다.
기억하고 싶지않은.. 절대로 기억해선 안돼는... 내 어린시절...
장농속 정리로 들쳐지었는데. 다시는 이런 기억 하지 않으련다.

돌아가시기 며칠전 아버진 내게 말씀하셧다
" 순디가~ 넌 내 딸이다~ "

그말씀이 내게 무슨 소용이 되겟는가만...
난 아버지의 국화빵~

지금은 너무도 행복하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작지만 큰 바램으로 오늘 하루도 저물어간다.

내 마음 추스리고...장농정리 다시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