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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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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기


BY [리 본] 2003-06-13

작년에 초등학교 친구들과 3박5일 동남아 여행을 다녀 왔었다.
싱가폴에 도착해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어우른...
짧은 일정으로 패케지 관광이라 코오스가 판에 박은듯한 여행이였지만
국내를 처음 벗어나는 여행이라 소풍가기를 기다리는 초등학생의 심정으로
기대감에 부푼 여행이였고
이국에서 느낄 수 있는 생경함과 타민족의 신비함을 체험한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싱가폴에 도착한 다음날 말레시아를 경유하여
인도네시아 바탐섬으로 배를타고 40여분간 들어 갔는데
선착장 도착해 셔틀버스가 있는곳을 걸어가니 현지인 택시기사들이
주욱 늘어서서 호감의 표시로 "사랑해요"를 이구동성 외친다.
한참을 가도 먼지만 뿌옇게 이는 산과 들을 구비 구비 돌아 호텔에 당도했다.
한국사람들만 사용하는 전용 호텔인듯
우리보다 연배가 높으신분들이 단연 우위를 차지했다.

3월달이라 마침 농한기 철이여서 그런지 농촌분들이 열댓명씩 함께 관광을 오신 것
같았다. 거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사람 일색이 였는데
현지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한국사람이 묵는 호텔이 다르고 일본사람이 묵은 호텔이 다르다고 했다.
아무래도 문화와 식문화가 다르다 보니 부딪히면 얼굴 붉힐 일들이 생길까바 그런모
양이였고 호텔 관계자가 한국사람과 연관이 있을성 싶었다.

바탐섬에서 다시 일박을 하고 다음날 민속촌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야자나무가 끝이 안보일 정도로 높은 그런 곳이었다.
오밀조밀 나무로 대충 만든 가옥이 열댓채나 될까?
닭들이 한가로이 모이를 쪼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토종닭과 비슷한 색갈이 였는
크기는 면병아리 정도로 아주 작았다.

공연장에 들어가서 원주민 아가씨들의 춤과
나이든 남정네들이 악기 공연도 관람하고
답례로 코코낫 열매를 깨뜨려 시원한 자연음료를 시음하게 해 주었다.

토산품으로 자바커피와 나무등속으로 만든 나무공예품를 팔았는데
몇몇 동무들은 세계 몇대 커피중의 하나라는 자바커피를 사고
난 대나무로 만든 편종과 접이 부채를 샀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
비록 문명의 혜택은 받지 못하고 삶이 비루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고마워하는 수줍은 웃음이 짠하게 가슴에 닿았다.

바탐시내로 돌아가 정해진 점심식사를 하고
발 맛사지할 친구들은 맛사지 센타에 남겨두고
숙소로 돌아와서 호텔내에 있는 노천 수영장에서 피로을 풀었다.

다시 바탐섬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싱가폴로 나가는 날이었다.
시내를 경유하여 점심 식사를 할 겸해서 토산품 가게로 갔다.
무주공천에 허허벌판에 단층짜리 건물였는데
한 건물안에 식당과 토산품점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제법큰 상가안이라 그런지 물건들이 고급스러웠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몇몇 친구들은 사고 몇몇 친구들은 비싸다고 안사고...
나도 눈만 호사시키고 식당에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려고 셔틀 버스에 오르는데 버스출입구 앞에 주욱 늘어선
현지 청년들이 우루루 몰려든다.
"아줌마 만원이요~"
아까 내릴땐 분명히 만이천이라고 외치던 청년들이 버스가 떠나려 하니깐
만원으로 값을 내려 부르는게 아닌가.

까무잡잡하고 깡마르고 ??한 눈자위...
스무살을 조금 넘겼을까 말까한 청년 서너명이 더플백 같은 가방에
나무공예품 몇점을 들고 나와 호객을 하면서 파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버스에 올라타 버스가 출발하려는 무렵,
다시 내려 그들이 처음에 만이천원을 부르다
만원으로 값을 내린 대나무 잉어를 사겠다고 했다.
한국 돈은 어디서나 자유럽게 사용할 수 있었고
내가 사준 만원짜리 조악한(서 있게끔 만든건데 잘 스질 못하고 계속 쓰러진다) 잉
어 한쌍이 비쩍 마른 그청년의 일용한 양식을 마련해 주었었다면 좋았으련만....

우리나라의 5~60년대를 보는듯한 길거리에 늘어선 너저분한 판자집들..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아줌마 바나나 이천원이요.."
바나나 다발을 손에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던 초등학생 정도의 계집아이들...
하루바삐 가난과 질곡에서 벗어나 풍요롭게 살 수 있길 염원해 마지 않는다.
물론 행복의 기준을 나의 잣대로 가늠할 순 없는 것 이긴 하겠지만...

오늘도 잉어는 꾸벅 꾸벅 졸고 있다.
가끔은 몸에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다.
일켜 세워주면 쓰러지고 다시 세워주면 쓰러진다.
잉어 잔등이에 내려 앉은 먼지를 닦으며 바탐섬의 풍경을 잠시 눈에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