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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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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 할머니 (중)


BY [리 본] 2003-06-13


우리 옛말에, 
천석지기 천가지 근심이 있고 만석지기 만가지 근심이 있다고...
우리네 인생사가 다 그런것이다.
부부문제,
자녀문제,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
그 세가지를 완벽하게 갖추고 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뭔가 어디에서라도 한가지 문제에 걸리고 
그러면서 지지고볶고 인생사가 흐르는가 보다.

두부공장집만 해도 그랬다.
자수성가하여 밥술이나 먹는다고는 했지만 
아저씨나 아주머니의 얼굴엔 근심의 빛이 떠나질 않으셨다. 
얼굴에 풀기가 없으시고 그냥 허허로이 웃으시는게 보는이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내막을 들어보니....
자녀들이 별로 신통치가 않은 모양새였다.
아들 둘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큰아들내미가 동네에선 평판이 안좋은 이상한 사람이였다.
내가 그동네 이사했을때 이미 한번 결혼에 실패를 했는데 
이윤즉슨 이유도 없이 여자가 나갔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내가 이사가서 얼마후에 다시 결혼합네하고 요란하게 식을 올리더니만
몇달을 못 살고 여자가 또 나가 버렸다.
(그런데 그여자를 인천 화랑농장 마을뻐스 안에서 만났다. 
등에는 어린애를 업고 부평엘 나가는 길인것 같았다. 
세상이 넓고도 좁다란 말... 죄짓곤 못산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90년대 초의 일이다) 
그집 큰아들이란 인사가 도시 사람을 봐도 눈을 안맞추고
안하무인격으로 한마디로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그런류의 사람이었다.
최고 좋은차를 타고다니면서 집에서 상주하지 않고 생각하면 한번씩 왔다 간다고...

그리고 그집 딸이란게 친정 기둥뿌리 다 말아먹는 인사였다.
머리가 하도 나빠 고삼때 가정교사를 두었는데 
그사람과 눈이 맞아 가라는 대학은 못가고
그만 주저 앉아 살림을 차리고 친정에서 빌붙어서 서방 공부 뒷바라기 하는 있는 중이었다.
고작해야 지방대 재원인것을... 
천하에 둘도 없은 서방이라도 되는양 제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우리같은 하찮은 여편네들은 지발등의 때만큼도 안여길 기세였다.
아이끼리 나이가 같아도 그야말로 노는물이 달라서 이야기조차 몇번 섞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년년생인 그녀의 남동생이 있었는데 
그때 군에서 제대하고 와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왜소하고 얌전한 사람이었다.
내가 남의집 식구들을 왜그리 장황하니 나열하냐고 물으실테지만....
그 이유는 이야기 말미에 정리가 될 것이리라.

집안에서 기둥뿌리들이 하나 하나 물러 내려 앉는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조미 할머니의 병환은 점점 깊어지시고 
난 그동네에서 작은애를 낳고 
두아이의 엄마로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세월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