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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에게 보낸 첫 편지


BY 보금자리 2001-09-11

부녀회장으로 동네방네 누비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대신해 일곱남매의 어머니 이기에 하나 모자람이 없으셨는데......
벌써 환갑을 맞이하셨네요.
"너는 자라 무엇이 되어라." 말씀은 없으셨어도 엄마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제 삶의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엄마 품을 떠나 처음으로 객지생활을 시작했을 때
갑자기 받은 편지에 저는 한없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그 편질 읽으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리고 내 생활을 핑계로 마음처럼 효도도 못해드려 가슴이 미어집니다.

-엄마가 내가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

딸아 보아라
네 얼굴을 본지도 벌써 다섯달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지만 제법 컷으니 제 처신 제 알라 하겠지 애타는 마음 가까스로 달래며 시간을 보내는 엄마란다.
아빠 엄마도 그렇지만 동생들도 공부 열심하며 누나의 탈없는 생을 기원한단다.
엄마는 갑자기 너무 많이 아파 소변도 방안에서 보고, 겨우 기어다니며 부뚜막을 짚고 한발을 꿇고 밥을 지었다.
딸을 불러 밥을 시키고 싶었지만 에미가 고생을 하드라도 딸에게만은 제 생활을 하게 하고 싶었단다. 아빠께서는 몇푼안되는 노임을 받기위해 눈오는 밤에도 비오는 낮에도 하루도 빼지 않고 출근한단다.
퇴근후면 엄마 약 구하랴 밀린 집안일 하랴 빨래까지 몰골이 말이아니다.
넉달동안 집에서만, 그것도 거의 방안에서만 사는 엄마지만 우리에겐 효자, 효녀, 아들 딸이 있다는 힘을 믿고 한번도 울지도 우울해 하지도 않았지. 그렇지만 오빠도 집떠난지 한달이 되어도 일언반구 말한마디 없고, 너도 꼼꼼 무소식이니 저절로 소외감이 드는구나.
엄마 아빠 너희들에게 잘해주지는 못했어도 기꺽지 않고 키우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요즈음 꿈속에서 네모습이 나타나고 어수선 해서 내가 기대하는 딸이 아닌 흐트러진 탈선하는 딸이 아닐까 심히 마음 불안하구나.
너희들만 믿고 부셔저라 사는데 만약 그릇된다면 어떻게 하나 불안한 마음이 드는구나.
몸이 좋지 않으니 마음이 약해진 탓일까 억척같이 살려고 했는데 건강을 잃은 탓일까.
오늘은 oo남중학교 봄체육대회.
막내가 울까봐 반은 걷고 반은 기어서 갔다.
명랑하고 활발했던 네모습이 떠올라 남몰래 눈물을 씻었다.
언제까지 남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는 떳떳한 사람이 되어라.
1986. 5. 6 엄마가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이 딸 소원이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