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가 시아버지 제사였다.
결혼 오년차인데 결혼과 동시에 시어머님이랑 살아 제사랑 그외 기타등등의 시댁행사가 다 내 차지였었다.
물론 우리 형님은 늘 손님이었고 난 며느리였다.
난 항상 왜 맏며느리인 형님은 저렇게 편히 사는데 나는 왜 이리 살아야 하는가에 불만이 많았고 형님 역시도 아랫동서가 시댁에 갈때마다 언잖은 얼굴 하고 있으니 내가 미웠나보다.
늘 기름에 물돌듯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겉돌았다.
정말 해야 할 말 외엔 하지 않았고 둘뿐인 동서지간이 남보다 못한 시간들을 사년여 보냈다.
그러다 작년에 형님네가 제사를 가져가게 됐다.
첫제사에 갔는데 시장 봐 온 채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형님 보면서 그래 처음인데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막막했을거라 이해하고 내가 다 다듬고 이것저것 먼저 할거부터 정해 형님이랑 나누어 했다.
제사 지내고 설겆이 하는데 형님이 그러신다.
난 제사만 지내고 설겆이만 마치면 할일 없는 줄 알았는데 음식정리가 더 힘든거네...속으로 고소하다는 맘이 들었지만 이제부터 계속 형님 몫이 될건데 그동안 내가 제사지낸다고 형님께 무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어차피 맏며느리가 다 할건데 잠시 내가 한다고 왜 그리 형님을 미워했던가도 싶고...그래서 그 다음 설날엔 형님 보라고 작은 책도 하나 사가고 형님께 웃으면서 애교도 좀 부리고 그랬다.
그리고 어제 아버님 제사...두번 제사 지냈다고 형님이 이것저것 챙겨서 다 해 놓으셨다.
저랑 같이 하게 놔두시지 왜 하셨어요 했더니 나도 이제 좀 잘하지 하며 웃는 형님...생전 맘속에 있는 말 안 하는 사람이 어젠 웬일로 제사가 이렇게 큰일이란 거 그동안 몰랐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다 한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못되게 굴어 더 미안하다 그랬더니 씩 웃는 우리 형님...이제사 형님이 형님처럼 미더워지고 조금씩 좋아질려고 그런다.
지금부터라고 형님과 자매처럼은 아니더라도 좀 허물없이 지내고 싶다.
잘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