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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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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어뒀던 이름 "雪里"


BY bjs7667 2001-09-06


"雪里"

-여태동안
내가 나를 잊고 살다-

우연한 기회에, 정말 우연찮게,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저만치 서서 음악에 끌려 오는 한 낯선 여자를보았다.

맑은눈을 가졌던 그녀는 바로 앞의 나를 알아보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고,
곱던 얼굴은 세월의 흐름을 새겨놓고 있었으며,
씩씩했던 몸은 지쳐 있어,
그녀의 여전한, 그 환한 미소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칠뻔 할만큼 변해 있었다.

긴~ 세월의 시간은,
그녀와의 만남을 서먹거리게 했으며,
우리서로가 한몸이었음을 마음으로 알아차리는데는
몇날의 시간이 더 필요 했다.

"雪里"
그녀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오래전 어느 님으로부터 받은 그이름을
그녀는 감히 쓸 수 없어서 가슴으로 되내고만 있다가
이제는,꺼내 돌려주고파서,
시끄러움을 핑계삼아 음악을 핑계삼아, 왔다고 했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로,
난 생활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나뭇잎의 빛깔이 고와 보이기 시작했고
시끄럽던 벌레소리가 음을 가진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으며
단맛으로 홀짝 마시던 커피의 향을 맡을 수 있어서
커피 마시는 시간을 길게 끄는 습관이 더 보태졌다.

시골에,
늙으면 우리둘이 살자며 아주 조그맣게 지어놓은
그이만의 아지트를 들르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그동안 못본 친구들의 연락처를 찾아 연락도 하며
시간 만들어 시골로 모이자고...
그네들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꼭 오라며
보고싶은 연인들의 기다림마냥
전화벨소리에 귀 곧추세우고 기다리는 난,
그 옛날,
기쁘면 한없이 웃어제끼고
별것도 아닌 슬픔으로 옆사람까지 슬프게 만들던,
그런 ,
그런 여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것 같다.

가을이 내계절이었음을 알았고
저렇게 푸른하늘 빛이, 슬퍼보여서 내가 더 좋아했던
색깔임을 이제사 알아냈다.

길옆의 논색깔이 나 모르는새 변해있다.

난 내계절 이가을에,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름,
나와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짓느라 고심했다던
소식도 모르는 그님의 미소와 함께,
살며시 꺼내어 본다.

"雪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