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예상보다 일찍들어와 점심을 미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핑계낌에 외식하자고 했죠
'갈비먹고 싶은데..'
'그래 가자'
걸리는게 왜 그리도 많은지
결국 갈비는 부모님 모시고 함께 가기로 하고
칼국수 먹기로 결정이 났죠
빠듯한 살림이다 보니 처음 메뉴로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날이 하도 더워
반바지 차림에 하얀 슬리퍼 끌고 나갔죠
무심코 쇼윈도를 지나가다가
그곳에 우람하게 비치는 종아리를 보게 됐죠
힐긋거리며 다음 쇼윈도에 먼저 눈길을 주고
유심히 바라보니
쇼윈도에는 우람한 종아리 한쌍과
좀더 날씬한 종아리 한쌍이 겹쳐 있는거였어요
'아이 왜 똑같이 반바지를 입었서~어'
'응. 나는 아무생각없이 입고 나왔지...'
'자리바꿔'
쇼윈도 바깥쪽으로 위치를 바꾸고 나니 글쎄
뒤에 있는 내 종아리 안에
남편종아리가 쏙 들어와 있는 겁니다.
에이...
'나 반바지 입을땐 긴바지 입어~'
오늘따라 쇼윈도들은 왜 그리도 깨끗한지
사십 중반을 넘으면서
이름하여 나잇살이 눈치채지 못하게 붙더니만
이젠 방석없이 앉아도 엉덩이 배기는 법 없고
맨 바닥에 누워도 어깨뼈가 방바닥에 닿질 않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줌마 칼국수하고 왕만두하나요.
참 칼국수 사리하나 더주세요.'
맛있게 먹고 쇼윈도 별로없는
뒷길로 힘차게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