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로 접어들면 산과 들에는 야생화들의 꽃 잔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고사리와 취나물을 캐러 산기슭을 다니면 꽃향기에
자극되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향기는 넓은 지리산 전체를 안개처럼 감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또 무슨 꽃 내음 일까? 꽃꿀을 따러온 벌들의 붕붕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쉽게 향기를 뿜고있는 꽃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년 중 이맘 때가 산과 들에 꽃이 제일 많이 필 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꽃이 많이 필 때 부지런히 꿀을 모으던 토종벌들은
무리가 점점 불어나 집이 비좁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일벌들은 집 아래쪽에 새로운 여왕벌을 위하여 왕대를 몇 개
만듭니다. 그리고 여왕벌은 왕대에 며칠에 걸쳐 알을 차례대로
낳습니다. 사흘이 지나면 왕대에 낳은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는데
장차 여왕이 되기 위해 6일 동안 로열젤리만 먹고 자랍니다.
일주일째 번데기가 되고 다시 일주일 뒤 드디어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합니다.
하나의 벌집에 두 여왕벌이 같이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새로 태어난 여왕벌은 나머지 왕대에 있는 번데기와 애벌레에
비정하게 독침을 꽂아 모두 죽입니다. 어쩌다가 두 여왕벌이 동시에 태어나면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 결투를 하게 됩니다. 하늘에 태양이 하나 있듯이
벌들의 세계에도 여왕은 오직 한 마리만 있습니다.
집안에 자신 외 다른 여왕이 없음을 확인하고 며칠 후 수벌의 무리를
이끌고 화려한 결혼 비행을 하게 됩니다. 수천 마리의 수벌 중 가장
힘센 수벌 한 마리를 택하여 짝짓기를 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면 구 여왕벌은 어떻게 될까요?
구 여왕벌은 새로운 여왕벌을 위하여 무리의 반과 집을 물려주고
자신을 따르는 무리의 반과 함께 새 여왕벌이 깨어나기 전에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것을 분봉 또는 세간내기라고 하는데, 우리처럼 토종벌을 치는
사람들은 이맘 때 세간내기를 하는 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벌통 옆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우선 벌통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에 세간내기를 하는 벌들을 유인하기
위한 벌통을 매달아 둡니다. 그리고 손거울로 벌통 안을 비춰
왕대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분봉시기를 예측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는 예측된 시기에 매달아 둔 벌통으로 벌들이
나오게 되는데, 금년에 첫 세간내기를 한 벌은 예상과는 달리 4월 말경
뒷산에 고사리를 캐느라 벌 밭을 비운 사이에 나와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집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 손님이 왔나 싶어 고사리를 캐다말고
내려오니, 지나가는 이웃사람이 벌이 나오는 걸 보았다고 알려주는데
벌은 인근 감나무 높은 가지에 붙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바로 옆에 작년 가을에 감을 따려고 이용했던 사다리의 도움을
받아 곡예하듯 아슬아슬하게 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집 강아지 지코는 집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괜히 짖어대어
항상 혼이 나곤 하는데, 그 날은 뒷산이 흔들릴 정도로 심하게 짖었는데도 칭찬 받았습니다.
시골향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