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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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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2


BY 바다 2000-08-08




그 그을음 가득하던 부엌을 나서면 안방과 건너방 사이 검은 나무 마루가 놓여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아주 깊은 산에서 해온 귀한 나무로 놓았다던 그 마루는 검은데도 내 얼굴이 어릿어릿 어리곤 햇습니다. 할머니의 끈임없는 기름 걸레질로 마루도 기둥도 항상 반질반질 윤이 나 내 모습이 어릿 어릿 어리는듯 했습니다.
그 검은 마루 아래는 술래잡기 때 자주 몸을 숨기는 장소였더랬습니다. 그 밑에 웅크리고 누워 술래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가 잠에서 깨어나 엉겹결에 무서워 일어서다 머리를 부?H혀 주저앉기 일상이었습니다.
집을 지은 할아버지 께서는 그 마루에서 뒤뜰로 작은 창을 하나 내어 놓앗드랬습니다. 한 여름 그 방문을 열고 문턱을 베고 누우면 할머니의 입이 돌아간다는 역정에도 잔 바람에 잔죽이 스치는 소리 풀내음이 묻어나는 바람소리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들던 오수.. 하지만 어느 여름날 난 그 창으로 배나무 밑에 뒤엉켜 있는 한 무리의 뱀떼를 보았고 다시는 그 창 앞으로 다가설 수 없었지만 난 이적 까지도 그것 처럼 싱그럽고 청명한 소리를 내 귀에 들려 주지 못했습니다
마루에서 봉당으로 내려오면 거기엔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치발을 하고 굽어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적막. 난 가끔 그 우물을 들여다 볼때면 누군가의 눈을 들여다 보는것 같은 무섬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여름에 들어가는 초입이면 그 우물 가득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져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릴때마다 꽃물을 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햇습니다. 그 물에선 아카시아 향기가 났을까요?
그리고 하나더.... 우물옆의 작은 돌절구가 잇었습니다. 원래 그곳에 있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거기에 붙여 놓은 것인지 모르지만 여름내내 퐁퐁퐁 물이 솟았습니다. 왜 물이 솟는지는 내가 커서 알아보겠다고 한 큰 의문이기도 했습니다. 보리를 찧거나 물고추를 만들거나 쑥을 이기고 깨를 빻는등 참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이엇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갈 무렵 우리집은 집을 짓고 이사를 해야 햇습니다.할머니는 기어코 그 검은 마루를 뜯어다 새 집ㅔ 놓자고 하셧습니다. 새집에 걸맞지 않는다고 아빠가 열을 내시며 반대를 하셨고 우리는 눈 내리는 한겨울 새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새집에서는 더이상 불을 때 방을 덥히고 물을 끓이지 않아도 되엇고 몇번을 덧칠해진 니스칠에 반짝 반짝 윤이 나는 마루는 더이상 할머니의 기름 걸레로 ?M는 수고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새집엔 무언가가 빠진듯 .... 아마 엄마는 그 돌절구와 솔내음을 ,할머니는 손때가 밴 그 검은 마루를 , 난 그 꽃잎을 퍼올리던 우물을 새 집에도 그대로 들이길 바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