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
최영미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밤도 밤이 아니다
술잔은 향기를 모으지 못하고
종소리는 퍼지지 않는다
그림자는 언제나 그림자
나무는 나무
바람은 영원히 바람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면
겨울은 뿌리째 겨울
꽃은 시들 새도 없이 말라죽고
아이들은 옷을 벗지 못한다
머리칼이 자라나고
초생달을 부풀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처녀는 창가에 앉지 않고
태양은 솜이불을 말리지 못한다
석양이 문턱에 서성이고
베갯머리 노래를 못 잊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미인은 늙지 않으리
여름은 감탄도 없이 시들고
아카시아는 독을 뿜는다
한밤중에 기대앉아
바보도 시를 쓰고
멀쩡한 사람도 미치게 하는
정녕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도 기꺼이 속아주지 않으리
책장의 먼지를 털어내고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사랑이 아니면 계단은 닳지 않고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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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귀가하는 길에 문득 뇌리에 떠오른 시였습니다
사랑은 진실로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는 힘을 지녔습니다.
만약 죽은 자를 일으킬 수 없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흠냐.....이 생각을 하는데 왜 불현듯 죽은 나사로를 살린 예수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뒤집어 생각하면 그건 이른바
병을 고친다는 신유의 기적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바로 사랑의 수고
라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10년 훨씬 넘게 예수를 믿어왔지만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했네요.
나의 묵상의 깊이는 이렇게 얄팍합니다.
성경을 열 번, 백 번 읽으면 모합니까? 껍데기죠.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이 없으면 쓸데가 없는 것처럼요.
지금이야 제대로 교회 출석도 안하고 있지만,
제법 오랫동안 열심히 다니던 교회이고 또 그런 계통에서 공부를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수시로 내 의식의 배후에서 불쑥
불쑥 튀어 오르는 신앙이라는 것의 편린을 만납니다.
아마 내 평생에 벗어나지 못할 굴레일 것입니다.
올 해 들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변했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건강하고 힘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들을 많이들 하시더군요.
네......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올해는 근간의 몇 년보다.....참 평안합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나를 지탱해주는 사랑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랑과 모든 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얼마간은 놓아 버릴 줄 안다면 오히려 편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의 빛깔과 의미와 종류는...참으로 천차만별이여서
그 모든 사랑을 내게 묶어두려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분주하고 괴로울까요.
올 해는 내 생에 있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변화들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준비된 마음으로 임하는 그 일들이 과히 힘들지도,
아프지도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물 흘러가는대로..
삶의 원리에 화답하고 순응했을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변했다고 하지만요......
사실 근간의 모습이 원래의 제 모습과 가장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를 실제로 만나본 분이나 겪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한튼튼에다가 한씩씩에다가 한유머하지 않습니까? *^^*
여러 가지 형태로 제게 사랑을 전해주는 존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특별히..........수고를 아끼지 않는 부모님에게 더욱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맨날 부모 수고..모를거라는 엄니....사실은 잘 몰라요..ㅠ.ㅠ
말로는....잘 안다고 하는데요.....제가 어찌 그 것을 헤아리겠어요.)
http://cafe21.daum.net/nopisolland/ 노피솔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