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주는 좀 어때요?
> 예.. 괜찮아요. 이젠 진물은 안나오네요.
....
....
> 호호. 전 사무실에서 별로 하는 일도 없는걸요.
아이는 언니가 봐주고, 집에서 애 보는 것보담 더 편하죠.
일종의 도피처예요.
뜻밖의 <아줌마>의 영자님 전화에 고맙기도 하고, 당황하기 하고, 정신없이 전화를 끊고 보니 내가 뱉은 그 말이 너무도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일종의 도피처"라.
회사가 우리 형주를 피해서 내 몸 편하자고 도망나온 "도피처"란 말인가.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나 스스로 이렇게 가슴아리고 후회스러운데, 내 생명같은 아들이 들었으면 어떠했을까.
진정 내 인생의 도피처는 우리 형주인것을.
내가 힘들고 괴로울때 형주를 보고 위안삼고, 형주를 안고 달래었는데,...
피곤에 지쳐있어도 아이의 꺄르륵하는 웃음소리는 청량음료보다 더 시원하고, 비타민제 보다 더 효험이 있었는데,...
아침에 잘 떠지지않는 눈으로 가늘게 쳐다보며 미소짓는 형주를 보면서, 가끔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는게 이런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잠투정을 부리면서도 연신 내 얼굴과 손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를 보며, 천사의 얼굴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궁금했는데,..
아파 우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내 눈에서 더 슬픈 눈물을 함께 흘렸는데,..
잠시 잠깐이라도 내가 아이를 힘겹게 하는 부담스런 존재로 느꼈던게 얼마나 사악한 생각이었나, 용서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몇 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잔 피곤함이 누적된 것일까?
심적 고통이 극심했던 탓일까?
여러가지 변명아닌 변명을 들어보아도 역시 용서할 만큼의 변명꺼린 찾을 수 없었다.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으로 내 부끄러운 속내를 드러내며, 양껏 비웃고, 양껏 욕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오늘 난 무수히 많은 아줌마들의 돌멩이를 맞을 각오가 되어있다.
그래서, 그 죄값음이 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