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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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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사발(3)


BY 지젤 2003-05-03

묵 사 발 (3)

묵사발(1)(2)까지 써놓고
남은 도토리 김치통에 집어넣어 부엌밖의 베란다 냉장고에 처박아 둔지가 두달이 되었다.
본척만척 생각두 안하고 처다도 안보고 그렇게 도토리는 잊혀졌다.

모처럼 드레시한 커피잔에 커피를 타놓고 신문을 펼쳐 우와하게 앉아서
노풍이 얼마나 쎄길래 창이 떨고있나?....
음...
그때.
시신경 레이다망에 꼬물거리는 뭔가에 번갯불이 번쩍튄다.
찌릇~~~~~~~

옴마나?...저게 모야?..어디서 어떻게 생겨나와 내집 부엌바닦을 헤집고 다니는거지?...
벌렁 뒤로 자빠져 부들부들....

젤, 침착하게 처치방법을 생각하자.
처치방법
1).청소기로 빨아들인다.
(문제점: 청소기 호스를 타고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있고 죽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거다.)
2).신문지로 내리친다.
(문제점: 신문지를 내리치는 힘과 방향과 각도에 따라서 수분과 단백질로 이루워진 저 물체의 처치물이 차후 더 곤란해 질수있다.)
3).휴지로 눈을 가리고 집어서 화장실에 수장시킨다.

옳다!! 3)번이닷!!

휴지를 둘둘 말아 감아쥐고 꼬물꼬물 다가오는 물체에 가까이갔다.
대가리는 쌔까맣고 몸통은 토실하니 엄지손가락 만한(뻥 포함) 연미색을 띤 실하게 생긴거다.
휴지를 쥔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눈은 반쯤 감기고 입은 활처럼 휘어져
화장실로 뗬다.
옴마나야~~~쓰블~~~~~`

벌레의 특성은 비슷한 환경에 집단으로 서식한다는거다.
그렇다믄 저런 종류의 벌레란 곡식이나 열매의....???
에구머니 남몰라라야 그노무 도토리~~~~

부엌밖의 냉장고 문을 열어재키고
조심조심 살그머니 도토리 담은 통을 들어내고
투껑을 열어야하는 떨리고 숨막히는 이 긴장감 초조함...
통채 버려서 피하고 싶은 그 징그러움을 젤은 말로 다할수가없다.

하지만,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용감무쌍한 주부 젤.
수돗물을 틀고 개수구 홈통의 마개를 열어놓고 굵뚝굵뚝한 벌레들을 집어내어 버리며 깨깟히 씻어
그렇게 얻은 쌀바가지로 하나가득한 도토리.

에구 쓰블 미운 도토리 처다보기도 싫지만
그것이 어떤것이냐?...
날마다 운동화 츄리닝 다 베려가며 [모담]산을 헤집고다니며
손톱밑이 쌔까매지고 할키고 갈라지고 그고생을 다하며 다람쥐의 양식을 뺏었다는 양심에 찔림까지도 받아가며...
그런 도토리란말이다.

믹서에 갈고 보자기하나 뜯어서 걸망을 만들고 걸러 짜며 다라에 가득하니 물에 담가놨다.
그노무 도토리가 사방을 얼마나 지저분하게 검은 물을 들이는지...
깔끔한 젤, 걸레질에 허리가 휜다.

한나절이 지나도록 뿌우연하니 가라앉질않는것이 쪼매 이상시럽다.
-이노무 도토리가 왜이렁거야?...
-에구 작것! 여직 도토리때문에 지랄이람?..
-이번이믄 끝여~ 벌레가 기어나오자너?...
-밥팅아~~ 그도토리 아무래도 상했나보다~~~~~

젤, 기운빠져 낙심하는거 보이나?..
쓰블 소리도 안나온다 쓰블.....

개수구에 쏟아 부워 버리는데 얼마나 속이 상한지 눈물이 찔끔 거린다하믄 내가 너무 쩨쩨한가?
속상해서 쩨쩨한 젤이 아쉬워
다라 바닦에있는 검으스름한 도토리 전분액체를 다 버리지 못하고 냄비에 넣고 끓여보기로했다.
물을 적당히 타서 소금을 한숫깔 집어넣고 참기름을 떨어뜨리고 보글보글 뜸을 들여서....

이노무 도토리로 묵을 쒀서 제대로 맛있게 먹어보질 못했다는 이 억울함.
처음에 너무 묽게 쒀서 사발채 떠먹은 묵사발(1)
두번째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쑤긴쒔는데
못믿겠어서 안먹겠다는 영감 때문에 혼자 꾸역꾸역먹다가 그냥 버려버렸다는 묵사발(2)
이번엔 제대로 된 묵을 맛있게 먹을수 있을라나?...
벌레가 기어나온 이번역시 맛있는 묵이되긴 에시당초 틀려버린줄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다.
묵이 색깔부터 흐여멀건하니 쫀득한 차진맛이 없고 뚝뚝떨어지는 이상한 묵이 되어버렸다.
에구 쓰블 이노무 도토리때문에.....
그냥 미련없이 개수구에 쏟아 버릴걸...

쓰레기 봉투 20리터짜리 하나에 가득담아 영감에게 들키기 전에 얼릉 갔다가 버렸다.
이걸 우리영감에게 들켰다면?...
젤이 묵사발이 되는것이다.

흐이구 징그러운 도토리~~~~~~~~~`
묵가루가 한되에 4만원한다고 한다.
그걸 사먹어야 하나?....

올 가을 내내 함께한 도토리는
묵사발 (1)(2)(3)의 흔적을 남기고 하천을 따라 2002년 마지막달 초하루 바람찬 날에 한강으로 흘러가버렸다.


- 지 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