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 사 발 (2)
도토리가 잘되믄, 그해 농사는 흉년이라든데...
어쩜그리 도토리가 많은지 날마다 꼭 그만큼씩 줍는다.
허리춤에 맨 쌕으로 약 한댓빡만큼.
쭈그리고 까시덤불 속에서 헤메다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면,
-민지야~~ 어딨니?...
-여기이~~
-안보여~~~~~~~?
짝달만한 허리를 으라찻차!!! 펴면서 묵직한 허리춤 봉다리를 손으로 더듬더듬 만져보며
아...이름도 이쁜 [모담]산을 내려온다.
상가 방앗간이 노는날이다.
위층 떡집으로 올라가
-도토리좀 갈아줘요~
-그거는 우리 안해요~
좀이나 무거운 도토리 다라(큰함지)를 낑낑거리며 이고지고
육교밑 골목길에 있는 방앗간까지 갔다는거다.
베보자기에 주물주물 있는힘 다해 눌러가며, 베란다에 도토리물 천지로 밟아가며,
전분가루가 내려앉기를 들여다보며 신주단지 위하듯 만져보고...
이걸 내가했단말이지?...
이뿌듯함.
아...보람찬 일을 했단말이다.
베란다 타일 사이사이 낀 허연 전분가루를 아까운 마음에 처다보며
잘 지워지지않는 도토리 물이든거 닦아내느라
이래저래 팔뚝떨어질것같다.
수돗물 엄청 버렸다.
젠장할 이노무 도토리때문에....
그래도 도토리 가루라는걸 한됫빡 얻을수만 있다면...
한나절 지나고, 다음날 한나절이 되어도 이 멀건 스프같이 생긴걸루 어뜨케 가루를만든다는거지?
-순기야~~ 이거가 왜이러는겨?
-좀더 놔둬봐. 한참 여러 손이 가는거야 그게~~
무겁기는 좀 무겁냐?..이쪽에서 저쪽으로 햇빛이 잘드는 메란다에 옮겨놓고,
민지 도토리 갈러 방앗간에 ?아갔다.
우와~~ 모담산 도토리는 민지가 반은 줏은듯...딥따많다.
고추빠수러 온 할머니들이 한마디씩
-아이고 겨우 고걸루? 도토리 가루내믄 얼마안되야~~
내보기엔 딥따 많은데... 얼만큼을 줏어야되는거?.....
-근데요~ 이거 전분을 어뜨케 맹그러요?
-물을 붜서 가만히 놔두면? 허옇게 밑에 가라 안저 그걸 똑 집어서 볕에 말리믄되야~
-밑에 허옇게 가라앉긴 했는데요? 굳어서 집히지는 않든데요?...
-그럼 그거 잘못된거여~
-네??
-도토리가 상했거나 걸를때 잘못?怜킬?..
-그럼 그거 못먹어요?
-못먹지~~그럼~~ 베렸어~~~~
-지금 볕에 말려지라고 두고 나왔는데..
-볕에?..서늘한 곳에 둬야되는겨?~~ 그래서 상했구먼~~~~~~
모시라고라??
앙~~~~~
이마에 땀이 뗑구르르 굴러 떨어진다.
달려서 왔는지, 뛰어서 온건지?......
햇빛든 곳에 얌전한 도토리 다라를 번쩍 들었다.
쓰블 도토리.....
쉰내가 나는것 같다.
핑~~~~~~~~~~~~
속상혀 눈물이 난단말이다
이노무 도토리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한건데.....
산에서 줍는거야 운동삼아 했단치고.
밤늦도록 ?u지질에 껍질 까느라 다친 손고락이 몇군데냔말이지...
들고지고 빠질듯한 어깨결림은?.....
도토리 묵 제대로 쒀, 먹어보지두 못하구....
죽이된 묵사발 영감 꾸사리 먹어가며 맛본게 다란 말이지....
아까워~~~~~~~~
아니속쌍혀~~~~~~~~~~~
새물로 횡궈서 도토리 가루 휘익 섞인 푸우연 물로 일단 한번 끓여는봐야겠다.
불에 올려놓구 끓였다는거다.
되긴된다.
한냄비 과서 양은종재기에 옮겨 담아놓고,
슈퍼로 달려가 오이, 쑥간, 당근,,,
사왔다.
무쳤다는거다.
맛있게.
먹을만하다.
아니 맛있는것 같다.
-영감 이거 도토리 묵좀 먹어봐라~~~~~~~
-이번엔 잘됐냐?
우리영감은 이게 어찌된 사연인지 안즉 모른다.
-맛이 어때?...
-너 이거 제대로 한거 맞냐?...니가 한거는 믿을수가 있어야 말이지?...
-사실은 말야...
어쩌구저쩌구 미주알 콩닥콩닥~~~~~~~~~~~~~~~~~
그럼그렇지, 그말듣고는 안먹는다.
속베릴까 못먹는다는거지.
하여간 남자들 지몸하나는 디립게 챙긴단말이다.
난 먹었다.
눈물젖은 빵먹듯.......
그많은 나머진?....
하수구에 쏟아 붰다.
냉장고에 쒀논 도토리 묵이 한양재기 있는데...
이틀됐는데.....
마저 버려야겠다.
일명 도토리박사 할머니에게 들은대로
지금은 도토리를 볕에 말리는중이다.
볕에 말린다음 톡톡치믄 도토리 알이 나오는데 그걸 서늘한 날에 하라는거.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도토리가 상한다는거.
내가한 도토리는 상해서 그렇게 된거라는거.
볕에 바삭바삭 말리는 도토리 한바구니가 있다.
쓰블 도토리....
내년엔 절대로 절대로,,, 떨어진 도토리 안줍는다.
- 지 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