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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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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 군대 복도 없는 녀석...


BY 이쁜꽃향 2003-05-03

아들녀석 군 입대한 지 만 이년하고도 일주일.

어제는 그녀석 생일이다.
어찌된 게
입대 후 세 번의 생일을 모두 군에서 보내게 됐다.
더구나 말년 병장 생일을 유격훈련장에서 맡는다니
에미의 마음이 별로 편치가 않다.
남들은 입대 전에 미리 생일을 지내준다는데
엄마란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
미리 생일을 챙겨 줄 생각조차 못 했었다.
그 때 챙겨 주었더라면 군에서 두 번만 생일을 맡는 건데...

녀석 말마따나,
'지지리 복도 없는 군발이'인 셈이다.
위로의 말로
'너 말년 휴가 오면 엄마가 거나하게 치뤄줄께' 했지만
어디 그 날이 그 날 같겠는가...
이렇게 눈 부시게 봄햇살이 빛나는 날,
내 아들은 어느 곳에선가 비지땀을 흘리며
마지막 훈련에 이를 악물고 있겠지...

결혼기념일에 엄마 회 사 드시라고
군발이의 적은 월급 쪼개 모아 보내 준 돼지 저금통,
차마 배 가를 수 없어 보고만 있는데
부족함 없이 자유를 누리며 지내고 있는 에미는
아들 생일에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니...
곁에 없으니 아들녀석 생일도 저녁무렵이 되어서야 생각 났다.

늘 착하기만하던 그 녀석 생각에
보내준 사진만 드려다 본다.
'어무이,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이쁘담서요.
사진 안 이뻐도
아들 이쁘게 봐주세요...^^'라는 녀석의 편지글과 함께...

행사가 많은 오월은 여러가지로 마음이 울적하다.
1일은 결혼기념일,
2일은 아들넘 생일,
8일은 어버이날인데
이젠 찾아 뵐 엄마 아버지 모두 안 계시니
산소에 가서 엄마 생각에 눈물 흘릴 생각에 더 가슴 아프고
18일 남편 생일인데
아들 녀석 군에서 훈련 받느라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할 이런 날들이 즐겁지만은 않다.

어서어서 날이 겹쳐서 가 버리면 좋겠다.
두 달 후면 사회로 돌아 올 내 아들과
나란히 쇼핑도 하고
맛 있는 것도 함께 먹고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느긋하게 드라이브도 하고...
속옷 차림으로 거실에서 왔다갔다하는 아들넘들을 보면
세상사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는데...

아들아, 내 아들아!!!
이렇게 눈 부신 봄을 세 번씩이나 너 없이 맞아야하다니...
부디 건강한 몸으로
마무리 잘 하고 오길 기다리마...
아빠나 삼촌 능력으로
널 충분히 집 가까이에 둘 수도 있었는데...
그놈의 '사회 정의'가 뭔지...
엄마가 아빠를 이길 수가 없었구나...
아빠의 강한 뜻을 꺾지를 못했구나.
그냥 엄마 의지대로 진행했더라면
널 힘 든 군생활 안 시킬 수도 있었을텐데...
편하게 집 가까이에서 주마다 볼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참으로 잘 견뎌냈다.
아무런 불평 없이,
끝까지
'편해요, 아무 걱정 마세요.
면회는 무슨...
돈 필요 없어요...'라던 너에게 엄마는 늘 고마워하고 있다.
친구 아들녀석들은 늘 엄마한테 손 벌리던데...
군에서도 만만찮게 쓴다던데...

내 사랑하는 소중한 아들아!!
우리 곁으로 올 때까지
부디 몸 건강하길 바란다.
그리고
너의 생일 정말 축하한다...
보고싶다, 내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