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도 한 십오년전에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
그러니 그 얘기를 흘려 들을 수 없었던거지.
테니스를 배우겠다고 이른 아침부터 날마다
관사(그땐 관사생활을 했었지)에 있는 백보드를
죽어라고 쳐댄거야.
얼마나 숨이 차던지 죽을 거 같았지만 어쨌든 배워보려고
하루도 거르지 않았었어.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에 경련이 오는거야.
쿵 내려 앉기도 하면서 벌렁벌렁 뛰면서 다다다닥하는
경련 같은거 있잖아.
이게 필시 뭐가 잘못된거라고 판단한 나는 그때 부산 구포에서
살았는데 시장옆의 내과엘 가봤어.
청진기를 요기저기 대보더니만 심장에 묘한 잡음이 들리니
안내서를 써드릴 테니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거 있지.
참내..
이게 뭔가 심상치 않구나 하면서 죽으면 어떻게 하지 보다
얘들은 어떻게 해야하나,그러니까 이미 죽은 목숨이니
건너뛰어서 얘들은 ...내가 없는 살같은 내 얘들은 어떻게
하냐는 걱정만 들뿐 아무 정신 없이 하루밤을 거의 뜬눈으로
보내고 산 언덕에 있는 그래도 부산에서 젤 크다는 백병원으로
다음날 간것이었어.
관록있어보이는 심장내과 박사가 이리저리 대보니 다른 젊은 의사를
불러 이거 저거 검사를 받아보라는 거였어.
꼭 뭐랄까...
도살장에 끌려 다니는 소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검사 소견은 정말 선천성 심장병으로 거의 80프로 확신 할수 있다며
지금 혈관조형검사 기계가 없어서 그걸 해봐야만 더 정확한 위치를
알수 있다며 한달 후에 오라는 거였어.
그런데 한달을 어떻게 기다려,죽어도 못기다리는거 잘 알거야.
서울로 가는 날짜를 받아놓고 거의 못먹고 못자고 이런 악몽이
또 있을까.
얘들만 바라보면 자꾸 눈물이 나면서 정말 지옥이 따로 없더라고.
기진맥진해갖고 있는데 가까이 지내는 부인이 자기집에 점심초대를
하잖겠어.
세상에 얼마나 공을 들여 차렸는지 그만 목이 메어 차마 먹을 수가
없더라니까.
그 많은 반찬중에 젤 입맛 당기는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파김치였어.
친정이 전라도여서 음식맛이 평소에도 칼칼하고 깔끔했는데
아! 그 파김치 난 지금도 파김치만 보면 버릇처럼 그 부인을
생각하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