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여름이 지나간다.
여름이 내게만 지나는게 아닌데,
가을이 내게만 오는게 아닌데,
가슴깊게까지 미리 들어와 앉은 가을은
날,그냥 두지않고,
바람이 가득채워진 풍선처럼
줄을 놓기만하면 하늘로 떠오를 태세다.
그래!!
뭐라도 배우던지 시작해서 이 팽배해진 마음을 가라앉히자!
평생교육원은 수강료가 들어서 안되고...
다른건 시간이 안 맞아서 안되고...
문화원의 주부강좌를 듣자.
판소리?
소리좀 맘껏 지르면서 스트레스좀 풀까?
종이접기?퀼트?...
혼자서 이런저런 궁리끝에 결정을했다.
"자기! 이제 찬바람도 불고 가게도 한가하니까,
나도 나를위해서 뭔가를 해야겠어요! 그래서 생각한게 하나있는데,.."
"뭔데?"
"문화원에서 하는건데,한국화요! "
"한국화? ""응!"
"자기가 무슨 한국화? 한국화가 뭔줄 알긴나 하는감!"
"왜 몰라? 동양화의 부류에 들겠지,뭐!"
"그건 취미에도 맞고 소질도 있어야지! 그림소질 있는감?"
"그럼!,나 학창시절 미술점수 좋았어요!,그러면 판소리는 어때?"
"판소리? 그건 안돼! 시끄럽고..."
판소리라는 소리에 기겁을 한 그이는 한국화가 낫겠다고 하지만
"네가 무슨 한국화? 그림을 알기나 하간?"
하는 마음이 얼굴에 역역하다.
나중에,나이 먹으면 조용히 앉아 그림이나 그린다느니,
그림좋아하는 자기가 도와주면서하면 금방 늘어서
멋진 그림 그려 방에 걸겠다느니 하면서 부산을 떨었지만
마음이 차지않는 건,
역시 서늘해진 계절 탓인게다.
금방이라도 푸른물을 뚝뚝 흘릴듯한 하늘이,
내피부를 살살건드리며 지나는 바람의 냉냉함이,
아무래도,~~~
이계절이 나를 외롭게 만들려는 것 같다.
이렇게 아줌마가 되어버린 내게, 또 내계절 가을은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는 게 맞다.
아들말대로
그이의 말대로
이젠 나를 위해 시간을 나눠 놓아야지...
한번도 해보지 못한 그림을 해 봐야지,
미술 점수 좋았다고 될 수 있을까?
붓을 한번도 안 잡아 봤는데...